"2003년6월2일 제주 법원경매, 제주도 서귀포 신례리 감귤밭의 열쇠 주인을 찾습니다!"

- 이 사진의 스티카를 알아보시는 분은 꼭 연락 주세요!-

 
▶   가족의 일곱 번째 집입니다.
 이 사진은 신례리 감귤밭 현관문의 손잡이와 그 열쇠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내가 이 감귤밭의 주인이어서 이 열쇠의 주인은 내가 되므로
'이 열쇠에 붙인 스티카를 나에게 주신 분을 찾습니다'가 정확한 표현이군요.

신례리 감귤밭을 매물로 내 놓은지가 지난 6월말경이니 벌써 5개월이 되어갑니다.
처음 평당 160만원에서 현재는 120만원까지 호가가 25%나 내려갔지만 요즘 분위기로는 쉽게 팔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열쇠에 붙은 스티카는 2003년6월2일 신례리 감귤밭의 경매 낙찰현장에서 나에게 건네진 것인데 밭 팔리는게 늦어지면서 자꾸만 눈길이 가게되고 그때마다 20여년전의 기억이 자꾸 떠 오름니다.

그무렵의 제주도 부동산 경매장 분위기는 요즘의 분위기와 유사점도 많군요.
당시의 부동산 매물들은 곧 밀려들게 될 중국의 영향이 가장 컷습니다.
'중국에는 제주도 만큼 큰 감귤밭도 아주 많아서 곧 중국 감귤이 쏟아져 들어 오게 되면 이제 제주 감귤농사는 끝이다!'는 분위기에 감귤밭 매물은 쏟아지고 그 쏟아지는 매물을 쳐다보는 사람조차 드물었습니다.
당연히 경매매물도 감귤밭은 응찰자조차 없는게 대부분이었었고 3차 이후에서나 한두사람의 응찰자가 나타나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기회에 제주도로 이주한 이후 이미 6번이나 주민등록지를 옮겨다니는 딱한 신세만큼은 면해보자는 명분으로 주변 복덕방에 나온 매물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실 그 명분도 분명 내외간 합의된 명분임이 틀림없으나 '인간임을 포기하고 짐승처럼 살아보자'며 처음 시작된 제주이주 사연- 이주 의견노출 시작 되자마자 한달만에 비행기까지 타게 된 기막힌 사연 - 등 다른 복잡한 내막은 추후 고백(?)하겠습니다.

제주 이주일인 1990년 9월5일, 당시에는 '귀농'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비행기 이사'라는 호사를 누리며 제주도 서귀포에 도착하여 첫날밤을 맞았던 추억이 떠 오릅니다.
내일 날이 밝아오면 지인의 4000평 감귤밭에 있는 감귤창고를 새로운 삶의 생활거주공간으로 바꿀 몇가지 건재료와 그 작업 연장들도 사고, 또 쌀도사고, 반찬거리도 사고, 그리고 일거리도 찾아 나서려면 차비도 필요 할텐데 주머니를 몽땅 털어보니 남은 재산 총액은 30만원!
이렇게 시작한 제주의 삶이 10여년째인 때문에 주민등록지를 옮기지 않아도 될 삶의 터로 집을 사러 다닐 수는 없는 처지에 어울리는 것은 쓰러져가는 빈 집이나 창고가 있는 감귤밭이 그나마 최선이었고, 10여년이 되어가는 감귤농부의 최대 소망을 더하여 감귤농업 중심지인 하례리, 신례리에 최대한 가까운 곳을 바라는 것조차 한가지 사치스러운 희망이었습니다.

"찾으시던 물건에 어울릴 만한 감귤밭이 다음주 경매입니다. 맘에 드실 것 같습니다."

입도이후 곧 감귤밭 농부가 되었지만 일년에 한번 수입이 나는 까닭에 오히려 수많은 부업들을 일과처럼 전전하였고,
짐승처럼 살더라도 착하고 똘똘한 짐승이 되고파 틈틈이 제주관련 자료라도 모아보고,
그 자료들을 컴퓨터에 담아 정리해보자며 첫해 농사 수입금으로 컴퓨터 장만하고,
기종은, 배우는 시간이라도 줄이자며 마우스라는게 최초로 달린 비싼 애플컴퓨터로 선정하고,
그래도 자판 타자부터 익혀가며 사용법을 익히던 중 갓 태어나는 인터넷을 보게되고,
PC통신보다 훨씬 더 신통한 인터넷을 들여다 보던 중 홈페이란 놈도 보게되고,
모아질 제주 자료는 홈페이지 형태로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홈페이지 제작법도 찾아보고,
당시로는 미래산업이었지만 제주에서는 먹힐 수도 있겠다 싶어 서울에도 나타나지 않은 홈페이지 제작업이라는 부업에 나섰고,
타자기도 접해보지 못한 민박집 주인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넷이 무어고 홈페이지가 무어고 민박에는 어떤 효과가 예상되는지 설명에만 반나절이 걸리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권하는 대로 해보고 싶다'며 계약하고 나왔는데 미래산업 사장이 1톤 트럭에 올라서는 모습땜에 계약 취소도 받아보고,
다행히 홈페이지 제작 부업 가동 3년으로 수천평의 임차 감귤과수농의 30여년 본업 총 수익액을 넘어서는 매출을 선사한 효자부업도 일구어 보고,
홈페이지의 효과 소문에 마당에서 가스버너로 밥하던 민박집이 방마다 씽크랑 취사구가 설비된 펜션형의 등장을 끌어보는 영광도 누려보고,
초기 고객들로부터 펜션 건축비를 조속 회수케 한다는 영광이 쏟아지고 시청 도청의 관광행사 홍보팀에 필수 초청 대상도 되어보고,
전국 최초였던 홈페이지 제작업이 제주는 순식간에 50여개 업체가 넘어서는 바람에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도 하다가 전업농부가 더 좋아 부업조차도 접었지만~,
그 홈페이지 제작 거래처 손님중의 하나였던 복덕방에서 동네 복덕방 순례 두어달 끝에 걸려온 새로운 국면을 열어 젖히는 전화였습니다.
그무렵 싸고도 거래가 간편한 경매물을 이미 살피기 시작 한 내가 미처 보지도 알지도 못한 경매 매물이었거든요!

"반드시, 실수없이 낙찰 받을 수 있는 가격을 알려 주세요."
"2천7백이면 안전하게 낙찰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03년6월2일 제주법원 경매일.
제주 이주후부터 현재까지 통장에 현금재산 잔액이 남아본 적이 거의 없었으며 당시는 더 힘들 무렵이라 입찰 보증금조차 현금서비스로 마련하여 경매장에 나섰습니다. 두어차례 경매장 출입 후의 일인지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섰지요.

하지만 경매법원의 분위기는 응찰자 너댓 사람이 전부이던 이전의 한산하고 쓸쓸하기까지 하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모든 좌석이 응찰자로 만석이었고 좌우통로도 가득 채웠으며 중앙 통로에까지 앉아서 모두가 화재로 들먹이는 매물은....,
바로 내가 노리던 현재의 신례리 감귤밭이었습니다!

경매정보를 전화해 준 부동산에 전화를 다시 한다고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밭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나와 이 감귤밭의 인연이고 운명일 것이다' 라는 판단에
응찰 금액은 두어달 내가 찾아다니던 복덕방 매물들에 들이대던 매입희망가들로부터 산출하여 적었으며
부족한 입찰보증금은 내 카드만으로는 부족하여 애미 카드의 현금서비스를 더하여 겨우 채웠습니다.

결과 발표가 시작 되었습니다.

쓸쓸하기까지 하던 이전의 경매장이 오늘은 만장한 응찰자들의 초긴장으로 숨막힘이 이어졌습니다.
응찰자의 숫자도 예상을 훨씬 넘어 벌써 10번째를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미 응찰가격이 나의 응찰가격에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천만 다행으로 아직 나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습니다만....

(11번째)
"다음응찰가 금액 \OOO"
긴장과 불안이 피어났습니다.

(12번째)
"다음응찰가 금액 \OOO"
순간 강한 불안이 피어났습니다.
나의 응찰가와 차액이 너무 적었습니다.

(13번째)
"다음응찰가 금액 \OOO"
바로 나의 응찰가였습니다.
근데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14번째 응찰가가 이어질 분위기가 만장에 넘쳐났습니다.

'낙찰!

'다음응찰가 금액 \OOO' 대신에 떨어진 '낙찰' 소리에 만장한 응찰자 분들의 박수가 한동안 쏟아졌습니다!
예전에 국민학교 운동장에 사열하고 교장선생님 앞에 호명되어 상을 받고 운동장 전교생의 박수를 받아본 이후의 첫 만장 박수인지라 그 때의 첫 경험이 떠 올랐지만 감격은 오히려 더 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경매장을 나서는데 뒷편에서 제주에서는 눈에 뜨일 깔끔한 차림의 중년부인의 부르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난 부산에서 오직 이 경매 매물 때문에 여기 왔는데 만약에 되파실 수 있으면 제가 꼭 사겠습니다.
이 스티카 드리니 지금 파실 생각이 없더라도 보이기 쉬운 곳에 붙여 두셨다가 꼭 기억만이라도 해 주시길 바라며 혹 나중에라도 파실 일이 생긴다면 제일먼저 저에게 연락 주십사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

"팔 계획은 없습니다만 잘 간직 하겠습니다."

"풍수가 아주 좋은 밭이라던데 좋은일 많이 맞으세요!"

"감사합니다1"

당시에는 축하 인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남겨주신 연락처가 이미 사라지고 그때 감귤밭 창고 열쇠에 붙여둔 스티카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모습 그대로 남아서 오직 다른 열쇠와의 식별력을 높이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군요.

그때 축하 하신 것처럼 좋은 일들이 이어지고,
'세상일은 잊고 살겠다'던 나의 손에서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할 것이다' 싶은 몇가지 창업아이템들도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세상에 내보낼 나의 힘은 너무도 부족하여
이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서는 감귤밭을 팔아야만 가능한 형편이 되었습니다.
'풍수가 좋은 밭은 자신을 팔아서라도 좋은 일은 완성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혼잣말로 자위를 하며 또 그렇게 믿고 싶은 처지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살아서 할 일이 남아있다면 감귤밭을 팔아 13년 RGBmask의 사업화를 마무리하는 일입니다.
창업지원 정책이나 창업지원 자금, 창업지원 수행기관들은 길거리에 넘치는 쓰레기들보다 더 흔해빠진 세상이 된지 오래인데도 그 창업기간이 13년이었으며,
'그렇게 멋진 사업아이템인데 시작조차도 못한다면 제주에 가서 돈 욕심도 없이 살겠다던 말은 뻥이었던 거야?'라는 비난으로까지 변질되어 쏟아졌습니다.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내가 아무리 돈에 환장하였거나 미쳤더라도 13년간이나 나의 창업아이템을 탈취하려는 무법 세력이나 불법제도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썩은 나라의 썩은 틀에 빠져서 살고싶지 않아 이곳 제주에 와서 사는 놈이 돈좀 만지고 싶어 다시 썩은 세상의 노예하나로 되돌아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귤밭 매수 및 매도 가격도 손쉽게 맞출 수 있는 몇가지 정산 방법도 준비했습니다.
밭을 파는 흉한꼴을 보여드려 안타깝습니다만~

" 이 사진의 스티카를 알아보시는 분은 꼭 연락 주세요!" 

가족의 일곱 번째 집입니다.

사업화 13년차의 마지막 도전!

감귤농부가 직면한 개발20년 창업13년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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