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사랑 수아성 // 아름다운 제주 / 제주소개 / 옥돔구이로 할까요 갈치조림 드실레요
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39] 야구장은 없어도 야구인의집은 있는 제주

홍수환 권투선수가 칠전팔기, 한참 주가가 상종가를 칠때 이야기
이름은 거명하자면 금방 알 수 있는 우리회사와 관계되는 자회사 간부가 미국 출장을 갔다.
며칠 묶다보니 잠자리며 음식이 도통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먹을것이라곤 느끼한 버터 바른 빵이요 보는것이 라고는 낯선 사람들뿐 이었다.
하루빨리 마치고 귀국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였다.
그날도 하루일을 마치고 출출한 배를 만지며 호텔 방을 찾아 긴 복도를 힘없이 걸어오는데 어디선가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내가 잘못 맡기라도 했나』
하고 오던 복도를 되돌아 가보아도 영낙없는 된장찌개 냄새였다.
가뜩이나 배가 고프던차 구수한 고향냄새를 한 번 맡고나니 군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도저히 결딜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역만리 미국땅 그것도 자기가 묶고 있는 호텔 복도에 된장찌개 냄새라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앞 뒤 따질 것 없이 한 번 부딪쳐 보자고 된장찌개 냄새나는 방문을 무심결에 노-크 하였다.
그러자 반갑게도 『누구요』하는 목소리가 안에서 나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듣는 고국말인가?, 주저주저 하는데 안에 있는 사람은 대답을 들을 사이도 없이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예측한데로 한국사람
『아-한국에서 오셨나 보군요. 근데 무슨일 이신지…』
문을 노크한 부장은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한국에서 온지 며칠 지났는데 모든 음식이 입맛이 통 맞지 않아 고생하던차 이 된장찌개 냄새 맡고는 도저히 지나 칠 수 없어 문을 두드렸노라고…
다 알만한 사람들인지라 반가히 안으로 들어오라길레 서슴없이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홍수환 선수가 있었고 문을 연 사람은 홍수환 선수의 메니져 였다.
내일 권투시합이 있는데 헴버그 먹고는 도저히 힘이 날 것 같이 않아 고국에서 가져온 된장찌개를 호텔 방안에서 끓여 먹일 심산으로 한참 끓이고 있다고 하였다.
그 역시 권투하면 사죽을 못쓰는데 먼 이국땅 출장까지 와서 영광스럽게도 홍수환선수까지 만났으니 횡재를 해도 보통 횡재가 아니었다.
금방 친숙해져 맛있는 찌개 하며 밥을 배불리 얻어 먹고 내일 시합 이야기 하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떠들고 마시고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고는 내일 시합때 관중석에서 대형 태극기를 흔들 마땅한 사람이 없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메니져는 태극기 담당까지 부탁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고 흥분이 가라 않지 아니하여 잠도 자는등 마는등 하며 호텔방에서 혼자서 태극기 흔드는 연습까지 모두 마쳤다.
『애국자가 되는길은 간단하다. 무슨 운이 이리도 좋아 태극기까지 흔들 행운을 잡았으니, 더구나 내일 시합은 홍수환 선수가 틀림없이 이길 정도로 상대방이 만만하다니 TV는 틈나는데로 태극기 흔드는 나를 비출 것이다』
출장이고 무엇이고 까마득히 잊고는 다음날 부장은 홍수환 선수단 일행이 되어 더 바쁘게 설쳤다.
본지 하루도 채 않되었지만 제일 바쁜 사람이 되었다.
드디어 공은 울리고 시합은 벌어졌고 2-3회전까지 홍수환선수가 이겨 나갔다.
예상한데로 TV,카메라는 틈만 나면 신나게 대형 태극기를 흔드는 자기를 비추이고…
이 시합은 생중계로 한국에도 위성방송 되었다.
간첩 아닌 다음에야 보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나.
부장이 속한 사장님도 새벽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TV를 보고 있는데 이길때마다 대형태극기를 흔들며 흥분해서 고함치는 사람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사람 같아 보고 또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회사 부하직원이 아닌가
『아-아니, 저친구 미국출장가서 일을 안보고 저기서 무얼하지』
『저..저런…저런 친구가 있어』
사장은 세기의 대결이고 무어고 다짜고짜 권투시합장에서 자빠져 노는 저 친구를 소환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것도 모르는 부장, 홍수환선수가 이기자 그일행과 함께 밤에 술판이 벌어졌다.
곤드레 만드레 아직도 가시지 않는 흥분을 삭이며 Hotel로 돌아와 Desk에서 키를 찾으니 MEMO지도 함께 건네 주었다.
웬 메모하고 펼쳐보니 FAX지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모든 출장 취소하고 즉시 귀국할 것』
스포츠 이야기가 나왔으니 야구 이야기도 해 보자.
사실 제주와 야구는 별 인연이 없다.
인구가 워낙 적기도 하거니와 큰 산업공장이 없어 뒷받침 해줄만한 기업도 없다.
야구라고 해봐야 겨우 국민학교 야구정도이다.
제주의 크기를 모르고, 제주를 와보지 못한 육지인은 땅이 좁아 홈런치면 바다에 빠질까 걱정해서 야구발전이 없을것이라는 짐작도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야구인의 집”은 제주에 있다.
처음엔 무엇인가 했다.
미국 호텔방에 된장찌개 냄새가 처음에는 이해가 아니되듯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연관관계를 따져 보아도 야구인의집이 제주에 있을리가 없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아니 하였다.
하지만 필경 사연이 있으리라 생각해서 가 보았다.
공항에서 애월쪽으로 신엄, 구엄 지나면 해안쪽으로 꺽어 양지바른 바닷가 바로 위로 지어져 있는 “야구인의 집” LG구단 이광환감독이 야구생활 일평생 모든 야구관련 기념품을 모은집 이었다.
60년대 일본으로 원정가서 찍은 사진부터 골든 그러브까지 야구선수의 손때 묻고 애환이 서린 물건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차도 판다.
마당도 일품이다.
푸른 잔듸밭에 흰 테이블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넘실대는 푸른바다 보며 야구 이야기를 하는 멋이 그만이다.
야구에 일평생을 바친 이감독이 몇해전 제주 여행길에 사두었던 땅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락거리도록 아담하게 지은집이 “야구인의 집”이다.
극성인 야구팬이 제주관광차 온다면 한 번쯤 들러 볼만한 집이다.
하옇든 스포츠와 관련되는 것은 무엇이든 재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