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사랑 수아성 // 아름다운 제주 / 제주소개 / 옥돔구이로 할까요 갈치조림 드실레요
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34] 대형돔은 날아가도 돌담은 끄떡않는 제주태풍
- 바람많은 제주라지만 실제 생활하여 보면 바람이 적은데 놀란다.
특히 남서풍이 불어오는 늦봄부터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까지는 태풍을 제외하면 한톨의 바람도 없다.
한여름 제주가 사면이 바다이니 시원하겠거니 하고 피서 왔다간 더위에 혼쭐이 난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매섭다.
특히 가을부터 불어오는 스산한 찬바람은 살 맛을 잃게 할 정도로 줄기차게 불어 대지만 한여름 기압골 영향으로 한번씩부는 바람은 우렁차고 세차다.
특히 태풍기간 동안은 전 제주도가 바람의 공포에 휩싸인다.
사상 최대의 재산피해(38억원)를 낸 베라호(86년 8월 27일, 28일)태풍은 하루동안 334mm나 온 강우량도 엄청났지만 중심 최대 풍속이 42m/sec로 제주 전체가 날라갈 정도였으니 가히 태풍의 위력이 무언가 보여준 바람이기도 하다.
이태풍은 전년해의 태풍 브렌다호로 25명의 사망자를 낸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분 태풍이라 더욱 겁에 질려 있었다.
지나간 후 정신을 차려보니 모슬포 모슬봉에 있는 콘크리트로 축조된 대형 통신돔 2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 돔은 중국, 북한등 서해안의 비행기 정찰을 감시하는 송신소로 우리로 치면 고리나 영광의 원자력 돔 크기만한 구조물이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 갔으니 전력시설 피해도 엄청났다.
전주 470본 정도가 손괘 되었는가 하면 곳곳에 정전사태가 발생하였다.
지반이 대부분 돌인지라 넘어져도 지상부분과 매설된 경계제부분이 톱으로 자르듯 절손 되었다니 바람의 위용이 얼마나 세었는지 알만하다.
그러나 제 아무리 센 태풍도 못 움직이는게 있다.
바로 제주 돌담이다.
바람불면 간들 간들 금방 넘어질것 같이 힘없게 쌓여진 돌담같지만 웬만한 바람엔 끄떡 않는다.
과학적인 입증은 안되지만, 돌과 돌사이로 난 구멍이 바람이 지나면서 음압이 작용하여 오히려 돌끼리 서로 당겨주는 이치가 아닌가 하기도 하고 숭성숭성한 구멍이라 면적당 바람 저항을 적게 받으니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넘어가지 않고 결딜수 있는가 보다.
지형학적으로 태풍의 길목에 위치하여 해마다 태풍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지만 태풍이 없는 해는 오히려 태풍이 와주길 제주인들은 학수고대한다.
거대한 자연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바다와 육지의 변화로 새로움을 기대하는 바램에서다.
자연의 힘이 때로는 무섭기 이를데 없지만 나약한 인간들에게 무한한 인내를 기르게 하고 바다 육지와 생물에게는 새로운 먹이를 제공하여 주기도 한다.
어쩌면 태풍은 제주를 항상 새롭고 싱싱하게 만드는 활력소 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