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사랑 수아성 // 아름다운 제주 / 제주소개 / 옥돔구이로 할까요 갈치조림 드실레요
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16] AM과 에헴
- 새벽 두어시나 되었을까?
곤히 자는데 난데없이 전화벨이 요란을 떨었다.
밤중 전화치고 반가운 것이 없는 법.
어느지역이 정전이 되었거나 아니면 잘못된 전화가 아니면 이밤중에 전화올때 라고는 없다.
몇번이나 벨소리가 울리길래 억지로 눈비비며 받고 보니 대뜸 수용가라는 감이 왔다.
목소릴 가다듬고 전화기를 들었다.
기대와는 달리 저쪽에서 둔탁하고 투박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거-한전이요?』집 이었지만, 『한전이 아닌데요』라고 할 수는 없는 법
『네 그렇습니다만, 정전 되셨나요?』
『정전이 아니우다만. 무엇 좀 알아보겠우다.』
우선 큰걱정은 아닌것 같으나 할아버지의 질문 공세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 꼭두새벽에 무엇을 알아본다 말인가…
그러나 질문의 요지는 간단하였다.
시장에 장사하는 할아버지는 새벽에 다시 문을 열어야 하는데 정전안내는 4시부터 6시까지로 되어 있다는것, 그런데 이 4시가 오전이냐. 오후이냐 질문하는것 이였다.
『할아버지, 거기다 오전 오후 표시가 있을테니 잘 보시면 알꺼예요』
『있기는 있우다만. 이 에헴이 오후인지 오전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예?…』
대뜸 감이 왔다.
이럴수가…
정전안내를 한다는 것이 오전 4시로 하지 않고 일상 우리가 쓰는데로 AM4-AM6시로 하였구나.
영어를 모르는 할아버지인지라 정전안내 통지서를 들고 여기저기 물어보니 그중 좀 안다는 시장통 영감이
『아이구 무식쟁이 영감아! 그런 영어도 몰라?』
『아- 그거 보아허니 앞에 글자는 “에이”이고 뒤에 글자는 “헴”이네』하였으니 붙이면 에헴이 될 수 밖에.
그러나 이제 에헴은 알았는데 도데체 이 에헴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수가 있어야지…
야밤중에 전화번호부를 이리 뒤지고 저리 살펴 전화를 나에게 하였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의 잘못이다.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 아닌가.
모두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할아버지 미안합니다. 새벽 4시부터 2시간동안 정전되는것 입니다』하고 정중히 사과를 하였다.
전화를 끊고 보니
『야 이놈들아. 너희들은 유식하니까 영어도 쓰고 무어도 쓰는디 우리같은 무식쟁이는 국산말 밖에 몰라. 오전 몇시, 오후 몇시하면 오죽 좋아. 정전된다면 우리 할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 야 이놈들아 - 』
영감님 말씀이 귓전에 뱅뱅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