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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9] 샤넬 No.5에 도전하는 제주밀감 향수

방년(蒡年)18세라고 하면 다큰 처녀를 뜻한다. 18세된 남자를 총각(總角)이라고 하는 것도 남자애가 다커서 성년이 되었음을 뜻한다.
 
이와같은 말들은 동물의 생식기에서 내는 향에서 비롯되었다. 동물향은 대부분 생식선과 같은 부위에서 채취되는데 이를 잘 살펴보면 동물의 생육기와 무관하지 않다.
 
향수로서는 최고로 치는 사향사슴의 수컷은 태어난뒤 18개월이 되어 뿔(角)이 나야만 교미시킬 수 있다. 18세된 남자를 사슴에 비유하여 總角이라 부르는것도 이로부터 연유된 것이다. 사향노루 암컷은 16개월이 되어야 비로소 새끼를 가질수 있는 꽈리모양의 생식기가 형성되고 18개월 되면 암내를 풍기는데 이때 교미시켜야만 새끼를 가질수 있다.
 
중국 옛 명의들은 18세된 여자를 향을 풍기는 나이라하여 芳年이라 이름지어 불렀다. 오늘날 향기나는 물건들을 방향제(芳香濟)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동물성 향료는 사향노루 이외도 고래, 비버, 고양이 등에서도 추출한다.
 
고래는 인도나 아프리카 해상등지에서 잡은 고래를 최고로 치는데 아무고래에서나 채취할 수 없고 우황처럼 고래의 장내 결석이나 고래의 사체에서 발견된 배설물에서 향료를 채취하며, 바다동물중 가장 재롱을 잘떠는 비버는 털을 문질러 뒷다리 사이에 있는 생식낭으로부터 향료의 원료를 구한다.
 
고양이도 사향고양이가 따로 있다. 이 고양이의 생식기에서 분비되는 노란액체에서 채취하며 이디오피아 등지에서 서식하는 고양이로부터 얻는다.
 
몇안되는 동물에 비해 식물에서 얻는 향료는 전세계적으로 2만5천 가지나 된다. 이중에 대표적인 식물이 장미, 재스민, 아이리스 등이다.
 
장미나 재스민은 꽃에서 향료를 추출하지만 아이리스는 뿌리에서 추출한다. 아이리스 뿌리의 껍질을 벗긴후 말리고 분쇄한후 증기로 쪄서 증류하여 술담그듯 6년정도 숙성시키면 훌륭한 향료가 얻어지는데 주로 이태리, 프랑스 지방에서만 만들어져 나온다.
 
장미꽃은 활짝 피기 직전에 솟아오르는 꽃봉우리를 향수원료로 쓴다. 꽃봉우리를 따는 시간도 오전 5시에서 9시 사이로 정해져 있다. 한방울의 향수를 얻기 위해 170송이의 꽃을 꺽어야 하니 그것도 놀랍다.
 
최근 제주에서 감귤의 꽃에서 추출하여 개발한 밀감꽃 향수는 제주가 처음이 아니다. 일본은 일찍부터 귤, 유자, 레몬과 같은 감귤류계 꽃에서 향료를 채취해 세계적으로 판매를 해왔다. 특히 밀감꽃 향은 향이 우수할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서 생기는 우울병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가 있음을 의학적으로 발견하였는데 일본의 한 종합대학 의학부에서 우울증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감귤류계 향기요법과 항 우울약의 투약을 병용한 결과 3개월만에 건강을 완전히 회복시킨 놀라운 효과를 얻었다. 그래서인지 굳이 밀감꽃 향수를 뿌리지 않더라도 밀감꽃이 필때쯤 제주 사람들을 보면 유난히 얼굴에 웃음이 있고 밝게 보인다.
 
제주의 동서남북 어디서나 진하게 베어나오는 밀감꽃 향기가 약한 봄바람에 실려 제주전체를 덮으니 아무리 우울증 환자라도 자연 치유되어 버리나 보다.
 
샤넬 No.5에 도전하는 제주향수, 그렇지 아니하여도 딱히 제주특산물이 없던차에 나온 물건이라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물건이 되었다.
 
차제에 바쁜 일상생활에 쫓이고 각박한 인심, 짜증나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육지인들에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해소제로서는 더없이 좋은 향수라니 제주오시면 맨날 바가지 긁는 부인 탓하지 말고 스트레스 해소제로는 최고의 명약인 제주향수 하나 사서 바치면 바가지 소리 뚝 그칠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