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사랑 수아성 // 아름다운 제주 / 제주소개 / 옥돔구이로 할까요 갈치조림 드실레요
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4] 아직도 5공이구먼
- 지금은 기가 다 죽었지만 그때만 해도 기세 등등하게 골목담화를 발표 한답시고 전전 대통령은 측근의 호위를 받으면서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가려 할때 였다.
전 국민의 관심사로 조용히 숨죽이며 TV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람?” 하고 짜증스럽게 전화기를 들었는데 채 귀에 닫기도 전에 수화기 쪽으로 냅다 욕이 흘러 나왔다.
『야, 이놈들아! 지금이 어느때인데 TV 마져 못보게 정전시키는 거야. 문민정부 문민정부 하더니 이런것 못보게 막는게 문민이냐. 누기 시킨짓이야. 당장 전기 넣지 못해?』
하고 끊어 버렸다.
순간, 아차싶어 배전사령실로 전화해 보니 방금 정전된 구역이 있어 출동했다고 했다.
하필이면 이때 정전될게 뭐람, 아마 다혈질인 시청자는 세기의 사건(?)을 흥미 진진하게 보려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스르르 화면이 꺼져 버리니 내심, “한전 이놈들이 정부의 지시를 받아 이런 내용을 못보도록 정책적으로 정전시킨것일 것이야”하고 흥분을 가누지 못해 냅다 전화통을 들고 항의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한전도 정부로 볼 수 있겠구나…
몇분인가 지났을까.
골목담화고 무엇이고 온통 정전생각에 머리가 꽉 차 있는데 배전보수실에서 정전수리가 끝나 방금 전기공급이 재개 되었노라고 연락이 왔다. 후휴 -
화면에는 벌써 막 전전대통령이 담화 발표를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영하고 있었다.
헌데 삐리릭하고 또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또 어느 수용가 인가?
수화기를 드니 대뜸 아까 그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 이5공들아, 자-알 한다. 무슨 지랄을 했는지 모르지만 성명발표 다하고 나니 이제 전기 보내주네. 네놈들도 또옥 같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전기를 보내는 입장이니 정전되면 별의별 감수를 다해야 한다.
항의하는 극성파에겐 밤이건 낮이건 집이건 회사건 끝까지 쫓아 다니면서 빌고 또 비는게 최고의 명약.
끊어진 전화기를 쳐다보며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고객님. 우리가 백배 천배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