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濟州外人이 겪은 濟州이야기

[1] 감저는 있어도 고구마는 없어요

제주는 감자를 지실(地實)이라고 부른다. 땅속의 열매란 뜻이다. 대신 고구마를 감저라고 부른다. 돼지가 달게 먹는다는 뜻으로 달감(甘) 돼지 저(猪)를 썼다고 하지만 사전에는 달감(甘)자와 고구마 저(藷)로 쓴다. 아직도 5일장에 가보면 고구마를 놓고 감저라고 부른다.
 
제주는 따뜻한 기후탓도 있지만 메마르고 건조한 토지의 영향으로 감자가 워낙 잘자라 2모작을 한다. 동, 서쪽 중에서도 비의 량이 적고 바람이 많은 서쪽 즉, 한경, 대정쪽이 더욱 수확을 많이 하고 씨알도 굵다.
 
원래 감자의 원산지는 안데스 고원으로 이 지방 사람들은 1500년전부터 감자의 야생종을 재배하여 먹기 시작하였다.
 
감자가 유럽으로 전해진 시기는 16C 쯤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으로 전파 했지만 그때만 해도 유럽에는 음식에 대한 미신이 많았을 뿐 아니라, 먹는법 조차 몰랐다. 그러다가 흉년이 들고 전쟁이 되풀이 되면서 먹을것이 귀해지자 휼륭한 식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주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감자는 일본과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일본을 통해 들어온 감자를 남저라 하고 중국을 통해 들어온 감자를 북저라고 했다. 기록에 의하면 남저는 현종4년 일본에 표류했던 남해 사람이 껍질이 붉고 속살이 흰 감자를 들여왔고 북저는 순조 25년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원주로 왔으며 순조 32년에는 영국 상선을 타고 충청도에 상륙한 독일 선교사 규츠라프가 감자를 심어 놓고 갔다.
 
제주에는 언제부터 감자가 들어왔는지 알 수 없으나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아마 남저가 들어왔을 것으로 본다.
 
감자 이야기는 영국에도 있다. 영국의 크롬웰이 챨스 1세를 처형하고 공화국을 수립하자 아일랜드가 챨스왕에 편든것에 앙심을 품고 아일랜드 전국민을 굶겨 죽이려는 고사정책을 썼다. 적극 가담자는 바다 복판에 데려가서 배 가운데 구멍을 내어 수장시키고 나머지는 바위와 늪지만 있는 불모지대로 강제 이주 시켰다. 굶어 죽도록 놓아버린 것이다. 한데 크롬웰이 시도 했던것과 정반대로 죽으라고 버려진 백성들이 20년 이후에는 상실한 절반의 인구를 도리어 회복시켜 놓았다.
 
당시 史家들은 세계사의 불가사의 가운데 이 불모지에 버려진 아일랜드 사람들의 재생을 든다.
 
그 기적의 변수가 감자 였다. 감자는 토지가 메마르고 밤에는 저온이며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가꾸는데로 별로 농기구가 필요없이 손으로 재배되고 수확되고 먹는데도 탈곡하고 찧는 번거로움이 필요없는 작물이니 그야말로 구황식 이었다.
 
논농사 없고 밭농사 부족하여 먹거리가 부족하였던 제주땅에도 이 감자는 훌륭한 작물로써 식량이 보탬이 되어 주었고 지금도 수확량이 만만치 아니하여 제주경제에 일조하는 농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