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12/05 :
최근 제주의 관광여행 경비가 동남아보다 비싸 부득이 신혼여행을 해외로 나가게 됐다는 어느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주여행에 대한 가격정보가 크게 왜곡돼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해외여행과 같이 숙박료와 항공료가 여행경비의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제주의 경우 1박을 기준으로 특급관광호텔은 17만4천원, 1급관광호텔은 9만7천원이다.
왕복항공요금은 10만5천원이다.
이에 비해 괌의 특급호텔은 21만원, 1급호텔은 15만8천원 등으로 제주보다 비싼 편이다.
왕복항공요금은 46만7천원으로 가격면에서 제주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홍콩, 태국, 싱가폴, 사이판 등이 항공료로 인해 제주여행 경비보다 낮게 책정되기 힘든 형편임은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출국세와 보험료, 수수료 등이 포함된 여행사 판매가를 기준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신혼여행의 1인당 여행경비가 제주는 3박4일 기준 46만원, 괌과 사이판은 70만5천원이다.
일반단체의 경우 제주는 32만9천원, 괌은 49만7천원, 사이판은 44만5천원이며 태국과 홍콩은 그보다 더 비싸다.
제주여행 경비가 동남아지역 여행경비의 65%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간의 할인경쟁으로 성ㆍ비수기별 판매가가 큰 차이를 보여 여행경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여행사들이 동남아지역 여행상품 판매시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는데서 제주여행 경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여행사의 괌지역 관광상품 판매가가 3박4일 기준으로 29만5천원에서 85만9천원으로 천차만별인 것만 보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할인가가 아니라 총 여행경비에 있다.
할인폭이 크다는 것은 그 상품을 판매한 여행알선업체의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해외여행객을 많이 유치하겠다는 의욕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여행업체들이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쇼핑마진 및 수수료와 옵션투어 알선수수료 등으로 보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부분 해외여행자들이 부담한 몫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므로 결국 여행경비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외형적 상품판매가만을 가지고 경비의 많고 적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이다.
할인폭이 클수록 여행안내는 부실해질 소지가 많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행알선업체들간의 과다경쟁을 없애야 하겠지만 여행자들이 이런 가격체계에 대한 정보를 미리 챙겨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제주는 그간 자연경관 위주의 「보는 관광」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체험형 관광으로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이국적 정취와 독특한 전통을 맛볼 수 있는 문화관광의 수준도 높여가고 있다.
여행경비 뿐 아니라 휴양과 레저ㆍ스포츠 등 어떤 면에서도 제주관광은 동남아지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최근들어 해외여행을 준비하던 여행객들이 생각을 바꿔 제주를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IMF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행경비가 많이드는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은 심각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향신문 97/12/03 트레블 칼럼 : 김성흡/제주도관광문화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