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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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숲불매운동] D-5
10월3일 개천절의 '얼숲불매운동'에 참가합니다! 

문성훈
15시간  ·

마침내 페북을 떠납니다

얇은 계란 껍질에 조각과 문양을 새겨 등(燈)을 만들고, 털끝이 굽은 가는 붓을 좁은 주둥이로 집어 넣어 투명한 병 안쪽에 거꾸로 인물 세밀화를 그리는 영상을 봤다.

타계한 타악기의 달인 흑우(黑雨) 김대환은 쌀 한톨에 반야심경 전문을 새겨넣었다.
오래전 그의 공연을 봤었다. 여러 종류의 드럼 스틱을 손가락 사이에 쥐고 신들린듯 휘둘렀다. 강렬하고 충격적인 공연보다 경이로웠던 건 그 손으로 새겼을 한톨의 쌀알이었다.

오전에 카드사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중요한 내용이라 몇 마디 주고 받다보니 AI였다. 어색하다 싶었지만 감쪽같았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데 살짝 한기를 느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계란을 조각하고 병 초상화 그리는걸 한참동안 넋을 잃고 본 것이....
지능은 벌써 쫓아왔을지도 모르지만 인간의 깊고 묘연한 지성과 감성 그리고 바늘 끝처럼 벼른 감각을 쫓아올 날은 아직 한참 남았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가끔은 야구 심판의 오심과 이해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 존에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축구 심판의 편향되고 감정섞인 판정에 분통을 터트리기도하지만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이 그려진 화면이나 VAR판정이 썩 달갑지는 않다. 사람이 즐기자고 사람이 뛰는 경기인데 사람들이 온갖 기계 장치들의 지휘와 통제 아래 놓여있는 것만 같아서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6라운드 동안 5골을 넣었다. 앞으로 32라운드가 남았는데 총 28골을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모든 데이터를 축출한 AI가 예측한 수치다. 틀리길 바란다. 아니 틀려야한다. 한 35골 넣어서...

어제는 페친 게시판에 올라온 본문에 실린 수십장의 사진들이 한결같이 멋있고 아름다워서 하나 하나 일일이 공감을 눌렀더니 '1시간 기능 정지'가 떴다. 기가 막혔다. 아무런 경고도 없었을 뿐더러 사진마다 '좋아요'를 눌렀을 뿐인데...
벌써 몇번째 비슷한 제재를 당하는데 어처구니도 없고 대책도 없이 속수무책이다.

AI주제에 시인의 시를 검열하고 인간의 유불쾌까지 감정해서 통제하고 억압하는 실제 상황이 매일 연출된다. 그렇게 몇 시간 혹은 며칠동안 강제 차단하거나 무단삭제까지 하니 팔짝 뛸 노릇이다.
제 돈벌이 수단으로 고객을 유치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주인 노릇을 하며 종살이를 시킬 셈인 모양이다.

어쩌면 AI는 죄가 없을런지도 모른다. 아직 AI에게 완전한 자율과 통제권을 넘겨주진 않은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전에 없던 과도하고 편향된 양상을 보이는 게 그 증거다.
AI 뒤에서 키워드를 입력하고 범위와 한도를 정하는 시커먼 그림자가 문제다.

한국에서 이 그림자에 저항하는 세계 최초의 <자발적 페이스북 접속거부 운동>이 진행 중이다. 그림자가 이를 계기로 정책적 방향 전환까지 할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늘어난 광고로 봐서 돈독이 오를만큼 올랐으니 경각심은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10월 3일 하룻동안 나는 페북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