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7시간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이주혁
1일  ·

-- 푸틴. 독재자. 그리고 한국 --

Russophobia ;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혐오증을 말함.

푸틴은 독재자이다. 러시아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인들은 2020년 개헌 투표에서 푸틴에게 78%의 엄청난 지지를 보여줘 사실상 종신 집권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푸틴이 처음 대통령이 된 2000년의 지지율은 53%였다. 하지만 2004년 71%, 2012년 64%, 2018년 77%로 계속 지지율이 늘어났다. 집권을 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는 한국과는 정말 괴리감이 있다.

러시아인들이 교육열이 낮아 이렇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게다가 교육을 충분히 받은 러시아의 MZ세대들조차 푸틴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서방세계는 푸틴을 엄청나게 혐오하지만, 정작 러시아인들은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러시아인들의 푸틴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말해, 옐친이 망가뜨린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운 영웅이다.

1990년대 러시아는 극단적인 혼란의 시대였다. 옐친은 최대한 빨리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하려 했다. 생산 및 가격 자유화 정책이 그것이었다. 이게 자본주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던 러시아의 경제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일단 물가가 미친듯이 뛰었다. 러시아인들의 예금이 휴지가 되고 시장경제에 적응을 못한 국영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했다.

에너지 산업같이 돈이 되는 기업들은 올리가르히라고 부르는 신흥재벌들의 손에 넘어갔다.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시작된 것이다. 올리가르히는 옐친의 측근들과 결탁하고 부패해 갔다. 국영기업이 마구잡이로 민영화하는 과정에 알짜배기 기업들이 속속 서구로 넘어갔다. 지금 러시아인들의 반서방 정서가 이것에 기인한다. 급기야 1998년 외환위기로 모라토리움을 선언,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린다.

이 시기 러시아의 빈곤층이 무려 90%에 달했다. 러시아 여대생들은 '인터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매춘부가 되었다. 이들은 호텔을 돌며 서구의 비즈니스맨들에게 몸을 팔았고 치안도 극도로 불안해졌다. 거리를 걷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조차도 위험했다. 마피아들이 지하경제를 장악하고 이들과 결탁하지 않고선 어떤 장사도 못했다. 러시아 연방도 해체되고 있었다. 특히 체첸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옐친의 인기는 완전히 땅에 떨어져 버렸다.

러시아 인구는 계속 외국으로 유출됐고 GDP는 미국의 1/10밖에 안 되었다.

옐친 말기인 1990년대 말, 러시아는 망한 나라나 다름이 없었다.

이 다 망한 러시아를 다시 일으킨 인물이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그리고 그 1900년대의 악몽을 기억하는 모든 세대가 지금 푸틴의 콘크리트 지지층들이다. 푸틴은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미국은 푸틴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았었다. 그는 KGB출신의 평범한 관료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푸틴은 권력을 손에 넣자 마자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던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을 탈세,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대거 잡아 넣기 시작했다.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었던 마피아들도 싸그리 체포되면서 질서도 빠르게 잡아간다. 그리고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더 이상의 민영화를 금하고, 러시아 최대 산업인 석유-가스를 다시 국유화 한다.

마침 석유 가격이 폭등하며 러시아 경제가 갑자기 7%나 성장했다. 러시아가 부유해지기 시작하고 푸틴의 인기는 치솟는다. 국가 재정이 튼실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체첸과의 2차 전쟁에서 러시아는 승리한다. 러시아가 계속 조각 조각나던 연방의 해체를 드디어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푸틴의 지지율이 80%를 넘게 되었다. 여기에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강한 러시아가 돌아온 것이다.

푸틴은 이제 러시아 사람들에게 강력한 러시아를 만드는 강한 남자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러시아가 푸틴의 집권기간동안 얼마나 좋아졌는지는 각종 수치와 데이타가 증명한다. 2000년 집권 이후 8년동안 러시아 경제는 연평균 7%대의 초고속 성장을 이어간다. 절대빈곤층이 절반으로 줄었고 평균임금은 2배로 상승했다. 대학 다니는 사람은 50%가 늘었고 청년 실업률은 1/4로 줄어들었다. 출산율과 평균수명이 대폭 높아지고 범죄율과 자살률은 대폭 줄어든다. 치안도 좋아졌다. 러시아인들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다닌다. 러시아 역사 이래 이런 적은 없었다.

독재자 푸틴의 시대. 러시아인들도 서구 세계만큼 자유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유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공포가 대중들을 지배하고 있다.

러시인들은 푸틴이 없을 경우 다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독재자 푸틴에 대한 이야기였다. 러시아인들이 푸틴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그들로서는 아주 아주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럼 이제 우리 한국 이야기를 해 보자.

한국은 겉으로 볼 때는 독재가 아니지만, 사실은 껍데기만 민주주의인 이권 카르텔 지배 사회라고 봐야 하겠다. 한국의 엘리트 카르텔은 군부독재 30년을 거치면서 뿌리를 내리고 공고해졌다. 재벌-토건기업-검찰-언론이 강고한 잇권 연대로 묶여 있으면서 부동산과 각종 사업권을 장악하고 있다. 재벌기업-언론끼리는 혼인관계로 엮여 있다. DJ는 이런 카르텔을 깨기에 민주주의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JP와 연합해 내치를 사실상 JP가 주관하도록 했다. 노무현 정권에 와서는 반카르텔 민주주의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모두가 깨닫게 된다. 대통령이 뭘 하든 언론 야당 재벌기업 검찰 헌법재판소까지 다 꿈쩍도 하지 않고 대놓고 하대를 했다. 5년동안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자살하도록 몰고 간 사건의 범인은 이 한국의 엘리트 카르텔이었다.

문재인은 코로나 3년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고 초저금리로 부동산 폭등을 막지 못해 민심을 잃었다. 적폐청산을 부르짖었지만 청산은 커녕 적폐 중의 적폐들이 다시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 다시 군부독재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총은 쓰지 않지만, 그들에게 협조하면 잇권을 얻고, 반항하면 낙오시키는 세상이다.

영국을 비롯해 북유럽 등의 많은 선진국들은 의회가 중심이 되어 군주와 대립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져 나갔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역사가 그들에 비하면 아주 짧다. 과연 한국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경제성장률 1%의 시대. 노령화 일구 절벽의 시대. 하루에 30명 가까이 자살하는 나라. 이제 노쇄해지고 성장의 힘은 계속 떨어지는 나라에서 미래는 매우 불안스럽다. 이럴 때는 한국도 부패할 대로 부패한 검찰이나 그들과 유착된 언론, 핵심기업들을 집어삼킬 생각만 하고 있는 재벌들, 국가경제를 파탄내고서라도 가계부채를 늘려 돈을 더 벌려 하는 토건기업들을 이제는 싹 쓸어 버릴 때가 온 것은 아닐른지. 한국의 민주주의에 과연 메시아가 나타날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개혁에 성공할 지, 혹은 이대로 그냥 잇권 카르텔들이 다 뜯어먹고 끝나는 꼴이 될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