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4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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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Kim조민과 만드는 새로운 조국
1일  ·

《白凡逸志백범일지 4》
<첫 번째 투옥_ 치하포 의거(중)>
: 사형선고를 받다

두 번째 신문 날에도 나는 전번과 같이 옥사쟁이의 등에 업혀서 나갔다. 옥문 밖에 나서면서 둘러보니 길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경무청에는 각 관인의 관리와 항내의 유력자들이 모인 모양이었다.

담장이나 지붕이나 내가 신문을 받을 경무청 뜰이 보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하얗게 올라가 있었다.

법정 내에 들어가 앉으니 김윤정이 슬쩍 내 곁으로 지나가며 속삭였다.

“오늘도 왜놈이 왔으니 기운껏 호령하시오.”

김윤정은 경기도 참예관이라는 일제의 벼슬을 하고 있으나, 그때 나는 그가 의기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설마 관청을 연극장으로 알고 나를 한 배우로 삼아서 구경거리를 만든 것일 리는 없었다.

그러므로 필시 그때에는 참으로 의기가 생기었다가 날이 감에 따라서 변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둘째 날 신문에서 나는 전번에 다 했기에 더할 말은 없다고 한 마디로 답변을 끝냈다. 그런 다음 뒷방에 앉아서 나를 넘겨다보는 와타나베를 향하여 또 일본을 꾸짖는 말을 마구 퍼부었다.

그 이튿날부터는 더욱더 면회하러 오는 사람으로 밀렸다. 그들은 대게 내 의기를 사모하여 왔노라, 어디 사는 아무개니 내가 출옥하거든 만나자, 설마 내 고생이 오래가랴, 안심하고 몸을 보살피라 등의 말을 하였다.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음식을 한 상씩 잘 차려 가지고 와서 나더러 먹으라고 권하였다. 나는 가져온 사람이 보는 데서 한두 젓가락 먹고는 나머지는 죄수들에게 차례로 나누어주었다.

제3차 신문은 경무청이 아닌 감리서에서 감리사 이재정 자신이 하였는데, 인천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모인 모양이었다. 요샛말로 하면 방청이라고 할 수 있다.

감리는 내게 대하여 매우 친절하게 말을 물었다. 다 묻고 나서는 신문서를 내게 보여 읽게 하고는 고칠 것은 나더러 고치라 하여 수정이 끝난 뒤에 나는 빈칸에 이름을 썼다. 이날은 왜놈이 입회하지 않았는지 없었다.

수일 후에 왜놈이 내 사진을 찍는다 하여 나는 또 경무청으로 업혀 들어갔다. 이날도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다. 김윤정이 내게 들리도록 말했다.

“오늘 저 사람들이 너의 사진을 찍으러 왔으니,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딱 부릅뜨고 박히시오.”

그런데 우리 관원과 왜놈 사이에 내 사진을 청사 안에서 찍느냐 못 찍느냐 하는 문제가 일어나서 한참 동안 옥신각신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청사 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허락할 수 없으니 노상에서나 찍으라 하여서 나를 노상에 앉혔다.

왜놈이 나를 수갑으로 채우든지 포승으로 묶든지 하여 죄인 모양을 하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윤정은 굳은 표정으로,

“이 사람은 계하죄인이다. 그러므로 대군주 폐하께서 분부가 계시기 전에는 그 몸에 형구를 댈 수 없다.”

하면서 딱 거절했다.

왜놈은 다시 김윤정에게 애걸하여 겨우 내 옆에 포승을 놓고 사진을 찍는 허가를 얻었다.

이러는 동안에 세월이 흘렀다.

7월도 거의 다갈 무렵의 어느 날 ‘황성신문’에 다른 살인죄인, 강도죄인 몇 명과 함께 인천 감옥에 있는 살인강도 김창수를 아무 날에 교수형에 처한다는 기사가 난 것을 보았다. 그 날짜는 7월 27일로 기억된다.

사람이 이런 일을 당하면 일부러 태연한 태도를 꾸밀 법도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교수대에 오를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나는 음식을 비롯한 독서와 담화를 평상시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