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5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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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 Kim
3일  ·

《白凡逸志백범일지 2》
<인, 신 두 어린 아들에게>

나는 지금 너희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오천 리나 떨어진 나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린 너희를 직접 앞에 두고 말로 할 수 없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아비의 지난 일들을 기록하여 동지들에게 남겨두는 것이다.

이 글은 장차 너희가 자라서 이 아비가 겪은 일들을 알고자 할 때 너희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너희가 아직 나이가 어리고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 말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어디 세상 일이 뜻과 같이 될 수만 있겠느냐.

올해로 아비의 나이 벌써 쉰셋이다. 그런데도 너희는 이제 겨우 열 살과 일곱 살밖에 되지 않았구나. 따라서 너희들이 성장했을 때는 이 아비의 정신과 기력은 이미 쇠퇴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나는 이미 원수 나라인 왜놈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죽음의 전선에 서 있으니, 내 목숨을 어찌 믿어 장성한 너희와 만나서 말할 수 있을 날을 기약할 수 있겠느냐.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써두려는 것이다.

아비가 이 기록을 너희 두 아들에게 남기는 것은 결코 너희더러 나를 본받으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는 너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니, 동서고금의 수많은 위인 중에서 가장 존경받고 숭배할 만한 위인을 택하여 스승으로 섬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비가 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너희가 성장했을 때 아비가 그동안 겪은 일들을 몰라서는 안 되겠기에 이렇게나마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여기에 적은 기록들이 오랫동안 사선을 넘나드는 모진 시련 속에 겪은 일들이므로 잊어버린 것도 많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하나도 보태거나 꾸며 넣거나 일부러 지어낸 것은 없으니 믿어주기 바란다.

 대한민국 11년(1929년) 5월 3일

중국 상해에서 아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