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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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훈
9시간  ·

돌덩이 하나씩은 품자

피곤한 사람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유쾌한 사람,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잔혹극의 씁쓸한 결말이나 공포물의 섬뜩한 기억을 안고 잠들고 싶지 않은 것처럼, 세상의 날 선 뉴스에 찔리거나 거리에 나가 주변을 두리거리며 걷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누군가에게 피곤한 사람이 안되려면 스스로 피곤해야 하고, 유쾌해지고 싶으면 불쾌함을 감내할 줄 알아야 하며 친절하려면 자신에게는 가혹해야 한다.

편안한 잠자리는 낮동안의 혹독한 시련을 견딘 보상이고, 밤늦은 시간에도 산보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완수해서 누리는 권리다.

압력솥 안에 들어앉은것처럼 거침없이 내려누르는 폭압과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긴장과 두려움이 한반도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초보 조리사가 주방장을 차지해 한 김 빼듯 자신의 사람들로 압력을 조절한다지만 이미 게이지 눈금은 임계치를 넘어섰고 가스조절 밸브는 망가졌다.

뜸이 들어 익어버리기 전에, 그들의 입 속에서 침과 섞여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신세가 안되려면 자발없이 솥뚜껑만 들썩거리게 하거나 낡은 가스켓 사이로 새는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 것만으로는 어림없다.

한 순간, 솥뚜껑을 걷어차듯 천둥처럼 폭발해야한다. 그 공포와 시련,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밥 익기만을 기다리는 자들의 것이 될 수 있음을 자각시켜야 한다. 폭염 속에서도 오한 든 것 마냥 쪼그라들고 움츠리게해서 어떤 허튼 시늉도 할 수 없게 폭발하는 수 밖에는 없다.

인식을 바꾸고 정의를 바로 세워 지금의 세상을 바꾸지 않는 이 불구덩이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긴밤을 설치느니 새벽을 소리쳐 깨워야한다.

그래서 수많은 칼금이 새겨진 우직하고 노련한 손을 가진 조리사를 들이는 것만이 내가 살고 당신이 살고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다.

#시민만해당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