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ee2023_07120214

오늘도 페북은 끊임없이 이용자의 게시물에 다양한 형태의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단순 '공유'에 의한 나의 공유게시물 일지라도
나의 게시물이 분명하며 엄연한 SNS 창작물로 존중받아야만 합니다.

특히 가장 악질적이고 무법적인 게시물의 무단 삭제는 잦아지는 반면에
이에 대한 대응방법은 전무한 상태가 속절없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이런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방법으로 게시물의 존재근거를 최대한 다양하게 남기려고 합니다.
오늘의 게시물:

수아성
10시간  ·
공유 대상: 전체 공개 

문성훈
11시간  ·

평택을 성웅 원균의 도시로

차단은 단절이고 삭제는 관망일지 모른다.
출근길에 반갑게 인사 나누는 이웃이었다가 한밤중 총성에 문 걸어잠그는 매몰찬 남남으로 돌아선다.
소셜커뮤니티의 인간관계는 이렇듯 밀접하면서도 느슨하고, 너그러운듯 단호하다.
아마도 디지털 기기로는 전달될 수 없는 사람의 훈기과 파동을 만들지 못하는 문자의 한계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첨예한 쟁점으로 맞선 상황에서 우리는 터치스크린이 핵미사일 발사 버튼이라도 된 것처럼 상대방의 동정을 살피곤 한다.
오래가 될 수도 있고 찰나일 수도 있다. 누가 먼저 차단을 누를 것인가. 서부의 총잡이처럼 긴장감이 흐른다.

탕~!
내가 당했다. 아니 방아쇠 당길 생각이 없었으니 상대방의 처분에 맡기고 있었다.
윽~!

백승종 교수, 외람되지만 실명을 밝히겠다.
인간적으로는 비난할 의도도 없을 뿐더러 단 한가지만 빼면 학자로서의 자세나 저자로서 나무랄데 없는 분이라고 여기고 있으므로.

그는 평택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역사학자이자 많은 책의 저술가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의 세종에 관한 책과 유럽 도시에 관해 쓴 역사서를 읽었다.
그와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처럼 대치하게 했던 단 하나의 쟁점은 "원균에 대한 전공과 인물평"이다.

원균을 명장 반열에 올리고 역사 무대에 복권시키고자하는 역사학자 (그래서 선조에 대해서도 비교적 호의적이다)와
천하의 졸장이자 조선을 존망의 위기로 몰고 간 인물로 여기는 범부간의 팽팽한 논쟁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해서 이어져왔다.

이미 경륜과 전공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여겨지겠지만 백배 양보하더라도 비등했다는 평가는 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내가 단 한번도 설복된 적이 없었을 뿐더러 논거에서 밀리지도 않았다고 자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내가 일개 범부에 지나지 않는다기로 남겨진 사료의 양과 질, 그리고 역사적 사실관계에서 이미 승부가 나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선수는 부실한데 백그라운드가 막강했었다는 말이다.

과거 나는 그의 여타 역사관련 글을 좋아했고 배우기를 즐겼었다.
그런데 가끔씩 혹은 슬금슬금 원균을 등장시키는데 그 뉘앙스가 묘해지다가 갈수록 강고해졌다. 점차 공감자는 늘고 목소리 톤은 높아졌으며 힘이 실렸다.

그래서 서가 끝으로 밀려나있던 선조실록, 징비록을 다시 들춰보고, 난중일기에서 원균의 기록만을 발췌해 읽었다.
그리고 장문의 반박댓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 주관적인 판단일지 모르지만 한번도 밀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워낙 빽(사료)이 막강했고 정사였기 때문이다.

어제의 사달은 칠천량해전으로 빚어졌다.
간략하게 그의 주장을 살피자면 칠천량에 출전한 판옥선의 숫자는 기록보다 절반밖에 안되고, 패전의 원인은 원균이 주장한 바를 조정에서 받아들이지 못했기 떄문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징비록과 선조실록을 근거로 출전 기록과 사관이 기록한 칠천량에 관한 원균의 평가를 올렸다. 아울러  왜 이러한 정사는 외면하고 원씨문중의 자료나 외서 그리고 사견으로 그런 주장을 펴시느냐고 했다.  

그는 "(내가 징비록이나 실록에서) 인용한 부분은 이미 허위로 판정이 났다.... 학자나 연구자는 원래 역사의 이면이나 틈새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에 일반인의 상식과 배치될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 부분을 연구한 학자다. 반박을 하려거든 조목조목 근거를 가지고 반론을 제기하라"고 했다.

나는 다시 "허위 판정이 났다는 걸 몰랐다. 사실이라면 어디서 찾아보면 되는지 정확한 문헌이나 기사를 알려달라. 반드시 정사를 뒤집을만한 권위와 검증이 된 것이라야 한다.....
(당신 말처럼) 당신은 학자이니 논거부터 검증받아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왜 논문이 아닌 책을 쓴다고 하시냐.....
더욱이 이 대화는 학자간의 토론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학자인 당신이 일반인이 내게 상식이 된 역사적 사실을 허물어뜨릴만큼의 학술적 발견이나 입증된 자료로 사견을 배제하고 조목조목 짚어줘야 한다.....
나는 이순신 없는 원균의 수군이었다면 조선시대부터 일제 식민지가 됐다고 생각한다."

................................. 차단 !

나는 그가 왜 원균에 그토록 천착하는지 궁금하다.
원주 원씨가 토호인 원균의 고장, 평택이 활동 기반이어서?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정치 지형에서 대구처럼, 평택은 원균을 성웅으로 떠받드는 한국에서 유일한 도시다.)
아니면 진정으로 원균을 역사에서 매몰된 불우한 영웅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학자로서의 의무와 양심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전처럼 "이순신은 영웅이다. 원균도 명장이다. 우리 역사에서 영웅이 두 명이면 좋지 않느냐?"는 식의 설득은 곤란하다.
그래서 "그렇다면 이완용도 3.1만세를 눈 감아줬다는 설이 있으니 숨은 애국자로 안중근과 같은 반열에 올리는 것이 더 좋겠군요" 라는 내 댓글에 반박할 수 없었잖는가.

부디 정사에서 극히 일부, 원씨문중의 자료, 원균이 쓴 장계등 편협하고 미약한 사료를 근거로, 고대 역사서에서 필연적으로 정밀할 수 없는 수치와 오류의 작은 틈새에 스며드는 물방울을 자처해서 역사의 큰 바위를 깨트리겠다는 시도는 무모하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그래도 오래 참아줬다. 내가 단 댓글에 수개의 공감과, 동조하는 장문의 대댓글까지 달리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아니면 그동안 내 공박을 참을만큼 참았다고 판단해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 댓글에 자신을 대변해 준 것 같다고 했던 어느 분의 대댓글 마무리 문장 "........ 이러다 차단하시는 건 아닐지"를 읽었다면,
그래서 "백교수님은 타당한 반론에 그러실 분이 아니다....... "라고 했던 내 작은 믿음을 감안했다면 감정섞인 대응이고 너무 서둘렀다.

차단,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로써 당신을 존중하되 존경할 순 없고, 학자로서도 신뢰할 수 없다.

특히나 이순신을 교활하다고 표현한 건 나로서도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 차단당할 줄 몰라서 오간 대화는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아래 제 댓글에 후일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