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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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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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러일전쟁 발발 직후, 일본은 한국 정부를 강박하여 한일의정서를 체결, 한반도 내에서 군략상 필요한 땅을 마음대로 수용할 권리를 확보합니다. 이어 임시군용철도감부를 설치하여 경부철도 부설권은 일본인들에게 매수, 경의철도 부설권은 한국 황실로부터 강탈하여 속성공사를 강행합니다.

일본은 궤도와 역사 부지로 광대한 땅을 약탈한 뒤 역사 주변 땅을 일본인들에게 헐값으로 불하했습니다. 철도가 개통되자 역 주변은 지역 중심 상권이 됐고, 땅을 불하받은 일본인들은 일약 부동산 부자가 됐습니다.

근대 이후 철도나 도로는 단순한 교통로가 아닙니다. 숱한 이해관계가 중첩되거나 충돌하는 욕망의 구현체입니다. 도로에 편입되는 땅이 생기는가 하면 도로에 닿는 땅도 생깁니다. 역이나 터미날의 위치는 땅값에 직접적이고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역이나 터미널을 자기 동네에 유치하기 위한 ‘주민운동’의 역사도 이미 100년이 넘었습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위치 변경에 대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선정된 용역업체의 제안’ 이라고 변명하고 무식하거나 사악한 기자들은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기사들을 써댑니다. 도로선과 종점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되는지 한 세기 넘게 경험한 국민들을 등신 취급하는 짓입니다. 업체 대표나 군수 정도의 힘으로는 도로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는 건, ‘등신 취급하면 등신 노릇하는 국민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서 그러는 거겠죠.  사욕을 챙기는 권력보다 국민을 등신 취급하는 권력이 더 나쁩니다. ‘등신’은 형상만 사람일뿐인 무생물로, 개돼지만도 못한 물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