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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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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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 노비 해방

세종 때 노비가 많아졌다며, 왕을 비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피상적인 주장입니다. 세종이 평등사회를 주창한 것은 물론 아니지요. 그는 15세기의 인물이었습니다. 그 시절에 “신분 평등”이라니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종이 신분제도를 옹호하였대서 무슨 큰 잘못이겠습니까.

노비 이야기를 더 해보지요. 세종은 노비의 처지를 무척 동정하였어요. 그래서 이 현명한 우리의 왕은 노비 제도가 점진적으로 사라지기를 바랐습니다. “노비가 원하면 주인은 그에게서 돈을 받고 풀어주라!” 그 시절의 용어로, “속량(贖良)”을 허락한 것인데요. 문제는 바로 해방의 댓가겠지요. “아무리 건장한 종이라도 그 가격은 은(‘백금’) 여섯 냥(兩, 225 그램, 현재 금액으로 약 1800만 원)을 넘기지 못한다.” 이것이 세종의 방침이었습니다.

만약에 이 법이 오랫동안 잘 지켜졌으면 어떠하였을까요? 불과 수십 년이 지나지 않아 많은 노비가 해방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종이 승하하자 이 좋은 법은 무너지기 시작하였어요. 그 법이 무너진 것은 큰 유감이었다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유수원은 탄식했습니다.

“세종이 정한 대로 노비를 풀어주는 법규를 바로잡는다면 어떠할까. 무식한 주인이 감히 법과 이치를 어긴 채 가혹한 수탈을 하지는 못하게 말이다.”(《우서》 제7권, 〈노비의 공역(貢役)을 논의함〉)

유수원뿐만 아니라 조선 최고의 지성인 성호 이익 등도 노비 제도의 철폐를 주장하였습니다. 17세기 조선에는 그런 분들이 상당수였습니다. 기득권의 반대로 노비 제도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1894년 갑오경장 때에나 폐지되었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노예”는 19세기 후반에야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말로만 폐지되었을 뿐이지요. 지금도 미국에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엄연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않는 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나라와 나라 간에도 주인과 종의 관계가 엄존합니다. 미국의 눈치만 살피고, 일본에 종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이 나라의 대통령 윤석열 씨와 그의 하수인들을 한번 보십시오. 물론 이런 종노릇이 하필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그런 식으로, 불쌍하게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해방”은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지요. 그렇다고, 우리가 푸른 그 꿈을 잃어도 되는 것일까요? 세종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습니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게 자유를 얻으려면 황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