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11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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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1일  ·

백범 김구 선생 - 실천하는 리더가 그립다!

시대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다. 세종의 리더십이 빛날 때는 평시이다. 그러나 풍운이 짙어지면 백범 김구의 리더십이 그립다.

조선왕조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였다. 그 덕분에 왕조는 500년의 장수를 누렸다. 조선의 내적 안정성은 탁월했으나, 외부 충격에는 몹시 취약했다. 조선의 이와 같은 약점이 가장 두드러졌을 때, 일본에 나라를 잃게 된 그 시절에, 백범 김구 선생은 동학의 청년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평민이 운동의 주체였던 동학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런 까닭으로, 그의 지도력도 평민 중심의 사고를 반영한다. 김 선생은 평소에 늘 ‘쟁족’(爭足)의 리더십을 강조하였다. 생소한 느김을 주는 말이라 조금 설명을 붙여본다.

나라를 잃고서도 우리의 지도자들은 으레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권모술수를 썼다. 이승만 같은 이는 ‘쟁두’, 곧 감투싸움에 골몰하였다. 김구는 그런 감투싸움을 몹시 싫어하였다. 그 대신에 ‘쟁족’을 선택하였다. 이것이 무엇인가? 힘들고 천한 일을 자신이 먼저 하려고 나서는 것이다.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로 내려가기를 경쟁하는 것, 쉬운 일은 서로 사양하는 실천 운동이 바로 ‘쟁족’이다.

난세에는 영웅을 꿈꾸는 이가 나오기 마련이다. 박정희 같은 이는 이순신의 화신을 자처하며 온갖 언사를 펼쳤으나, 그는 분명히 가짜 지도자였다. 박정희는 희대의 독재자로, 자신을 반대하기만 하면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상대방을 가차 없이 탄압했다.

우여곡절 끝에 박정희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자 이번에는 가짜 세종이 부활했다. 우습게도 전두환 따위가 감히 세종대왕을 제 편으로 끌어당기는 일이 일어났다. 세상에는 본래 억지가 많은 법이다.

시민과 학생의 강력한 저항이 이어지자 군홧발 소리는 점차 멀어져갔다. 한국사회는 점차 민주화되었고, 그러자 정조와 같은 명군(名君), 다산 정약용과 같은 대학자의 리더십을 재현하겠다며 별러 대는 정치가도 많았다. 그러나 큰 성과는 없었다.

우리가 더욱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백범의 ‘쟁족’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자리를 남에게 사양하고, 가난한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원한 백범 김구의 진정성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백범 김구의 유산을 완강히 거부하며 비웃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뉴라이트’가 그러하였다. 그들은 백범의 초상이 든 십만 원짜리 화폐의 발행을 저지하였고, 백범이 주석으로 일한 임시정부의 정통성마저 함부로 부정했다. 큰 틀에서 보면, 지금의 윤석열 정권 역시 ‘뉴라이트’와 다를 것이 없다.

백범은 ‘쟁족’의 정신으로 한평생을 나라와 민족을 구하려고 헌신하다가 흉탄에 쓰러졌다. 그러나 못난 후세의 정치가들은 감투싸움인 ‘쟁두’ 노릇에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좋은 직장이 돈 많이 받는 자리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에만 몰입한다면 우리에게 과연 무슨 희망이 있을지 모르겠다.

6월 26일, 오늘은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하신 날입니다(1949년 6월 26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선생께서 후세에 끼쳐주신 ‘광명의 빛’을 잊을 수 없어 몇 줄의 글을 적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