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군사독재정권의 참담함이 극에 달했던 1974년에 설립되어 정의를 기초로 인간의 존엄, 인권, 민주화, 평화, 통일 등의 가치를 지향하며 모순된 현실 안에서 행동하는 신앙인의 양심이 되고자 노력해 온 전국의 천주교 사제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2. 우리 사제들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양형을 결정하는 일은 재판부의 고유한 권한이며, 이는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성실하게 재판에 임해 온 정경심·조국 부부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1-1 형사 재판부(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 김정곤, 장용범)에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3. 또, 우리 사제들은 대다수의 검사들은 공익의 대변자로서 자신의 자리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책무를 다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지금, 검찰의 폭주에 제동을 걸고 견제할 수 있는 존재는 법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4. 탄원서에는 서울대교구와 광주대교구, 대전, 마산, 부산, 수원, 안동, 원주, 의정부, 인천, 전주, 제주, 춘천 교구 등 전국 13개 교구와 예수회, 작은형제회 등 7개 수도회 소속 445명의 천주교 사제들이 동참하였습니다.

     5. 우리 사제들은 탄원서를 통해 1) 정경심, 조국 부부에게 가해진 검찰의 집중 수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온 가족에 대한 먼지떨이식으로 진행되었던 점, 2) 언론에서 마치 생중계를 하듯 수사 상황을 보도했고 수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신상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여 역시 온 가족의 일상이 무너진 점, 3) 수십 번의 압수수색과 언론의 매도는 이미 정경심, 조국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는 법률에 의한 어떤 형벌보다도 더 가혹하고 견디기 힘든 일이었던 점, 4) 특히 정경심 교수는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고 장기간 수감된 이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고 코로나19 확진까지 되어 수술 후 제대로 된 회복 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재수감되어 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태인 점, 5)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자신들과 가족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못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준 것에 대해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성찰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처해 주실 것을 재판부에 호소하였습니다.

     6. 우리 사제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보 외에는 정경심, 조국 부부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절망을 다 알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전해진 정경심, 조국 두 사람에게 지어진 혐의들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렇게 보고 들은 바를 토대로 보면 지금까지 그 고통은 참담했고 검찰의 잣대는 지나치게 과도했다고 생각됩니다.

     7. 그 누구라도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경심, 조국 부부가 받은 지나친 수사와 구금 등 형사적 책임은 물론, 두 사람과 그 가족들이 받은 ‘사회적 형벌’을 재판부에서 헤아려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2022년 12월 13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