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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성
4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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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식
22시간 ·
<고현주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다녀왔다.
고현주 작가는 4.3 학살 현장을 벌써 6년째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항암 4기 치료중이라는데,
아픈 기간 내내 이 작업에 매달려온 것이다.
<기억의 목소리>라는 작업명이 마음에
와닿는다. 듣는 순간 괜히 아스라해진다. 사진
속에 역사의 아픈 목소리가 느껴진다. 그 목소리는
국가 폭력에 학살된 15,000명의 절규나 고통,
신음소리를 이미 뛰어넘는다. 이 땅의 원혼들에게
바치는 씻김과, 희생을 절대로 잊지 말자는
다짐과, 우리의 젊은 아들딸들에게는 희망만을
남겨주자는 기약의 목소리가 다 담겨 있는
듯 하다.
이번 세번째 <기억의 목소리> 작업의
타이틀은 <아름다운 제의>이다.
사진을 보면 왜 이번 작업의 제목이 <아름다운
제의>, A Beautiful Ritual 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작가는 4.3 희생자들 한명 한명에게
제사지내듯 사진작업을 한 것이다.
4.3 학살 현장에 생명을 담은 보자기를
희생자 숫자만큼 하나하나 설치했다. 예를
들어 '무등이왓' 작업을 할 때는 동네 당산나무
(낭)에 올라 놀던 아홉명의 어린 생명을 기리기
위해서 사다리차까지 동원해서 아홉개의 보자기등을
걸었다. 모든 작업이 이런 정성어린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보자기에 담긴 등에서 비추어
나오는 빛이 신비롭다. 생명이 담긴 보자기,
영혼의 빛이 담긴 보자기이다.
작가에게는 사진작업이 바로 제의행위였다.
그 순간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 제사장이고,
무녀였다. 이렇게 아프고 슬픈 땅이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지... 제사의
위대한 힘이다.
작가는 눈물이 많은 분이었다. 짧은 <작가와의
대화> 시간 내내 눈물을 훔쳤다. 작가의
말이다.
"아침마다 기도를 한다. 암과 싸우기
보다, 친해질 생각이다. 오늘은 나의 몫이지만,
내일은 신의 몫이라 생각한다. 기억은 힘이
쎄다..."
4?3 기념사업회 전회장님의 말씀이 소박하면서도,
절절했다. 작가의 아버님과 학교 동창이라고
하셨다.
"4?3이 국가기념일이 되고, 법이 제정되고,
희생자 보상이 이루어지고... 이루 말
할 수 없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에게
4.3은 잊어먹고 싶은 것, 말하기 싫은 것이다...
이걸 작업해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이런 얘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겪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진심의 언어다.
작가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온 분들이
서울에서 대거 내려왔다. 박재동 화백, 김민웅
교수, 정지영 감독, 정범구 전 독일대사 등...
모두 20년 넘게 작가를 지켜본 분들이었다.
작가의 예술혼을 축하하는 동지이자, 작가의
건강을 기원하는 오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박재동 화백의 말씀에 백번 공감한다.
"고현주 작가의 작품은 '작품을 본다,
감상한다'가 아니다. '작품을 앓는다'는 게
맞다."
작가의 말대로 기억은 힘이 쎄다. 아프지만
기억해야 하고, 아플수록 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기억해야
한다. 글로, 시로, 사진으로, 노래로, 영화로,
연극으로, 조형물로, 기념관으로, 역사 교육으로..
그래야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예술은 항상 먼저 울고, 먼저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현주 작가가 <기억의 목소리> 작업을
통해 역사의 아픔도 치유하고, 자신의 병마도
치유하기를 빈다.
참고로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
에서 11월말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좋은 전시를
기획해준 고경대관장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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