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6월 16일 오후 9: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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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근택
즐겨찾기  · 6월 15일 오후 10:43  ·

<집단지도체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1등이 대표가 되지만, 당 대표가 아니라 대표최고위원이 되는 것입니다.

최고위원 중의 한 명(one of them)에 불과하게 됩니다.

최고위원 모두가 대표최고위원과 동급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번 비대위원장이 2명일 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2년 내내 지방선거 직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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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재 출마가 거론되는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대부분 특정 계파를 대표하는 분들입니다.

현 제도(단일지도체제)에서는 대표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면 아무 것도 안됩니다.

선수로 보아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수도 없습니다.

현 구도상 지도부에 진출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등은 못해도 2, 3등으로 최고위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 구도상으로도 무조건 지도부로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표최고위원과 당권을 분점하게 됩니다.

계파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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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도체제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정당개혁을 하려고 하면 강력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대의원 폐지, 여론조사 비율 확대 등은 물 건너가는 것입니다.

인적 쇄신을 하려고 해도 강력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가장 강력한 저항방법은 최고위원을 사퇴하여 지도부를 와해시키는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가 무너지면 이번 지방선거와 같이 되는 것입니다.

정당개혁이 물 건너가면 총선은 필패입니다.

총선에서 패하면 정권교체도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집단지도체제 요구는, 계파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의원을 유지하자는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기득권을 지키고 계파를 살린 것인가? 아니면 정당개혁을 하고 당을 살린 것인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아성
13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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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22시간  ·

강대국 요리

상대적으로 힘이 좀 달리는 나라라고 해서 강대국의 눈치만 볼 필요는 없다. 작은 나라라도 제 하기에 따라서는 큰 나라를 요리할 수 있다. 우리 역사 속에도 당연히 그러한 예가 있었다. 내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이다.

고려 귀족사회의 아웃사이더 이성계(李成桂, 1335-1408, 태조, 재위 1392-1398)를 조선(1392-1910)의 시조로 탈바꿈시킨 책사 중의 책사가 바로 정도전이었다. 바로 그 정도전은 이성계에게 요동 진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여러 외이(外夷) 중에서 중원을 평정한 영웅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한 것이다. 1388년 위화도에서 회군(回軍)할 때만 해도 이성계 휘하 세력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예가 아니라며 애써 명분을 고집하였다. 그러나 조선 건국 후 명나라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려 조선을 압박하자 정도전은 요동 정벌론을 펼쳤다. 이성계는 묵묵부답이었다. 대명(對明) 전쟁이 과연 정도전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주장의 저변을 흐르는 강인함과 사고의 유연성은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신생왕조 조선을 길들이려던 명나라 조정에서는 정도전을 괘씸히 여겼다. 저들은 이른바 ‘표전문(表箋文) 사건’을 일으켰다. 말하자면 명나라에 보내온 외교문서의 자구(字句)를 트집 잡아 조선의 대신 정도전을 손보겠다는 것이었다. 명나라 측은 정도전의 소환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조선 태조는 요리조리 핑계만 댔고, 당사자인 정도전 역시 말갈기를 쓰다듬으며 요동 정벌을 별렀다.

그는 요동정벌을 구실로 공신과 왕자들의 사병(私兵)을 혁파했다. 이것은 초창기의 불안한 왕권을 강화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또한 군사들을 대규모로 출동시켜 진법(陣法)을 훈련하기도 했다. 천하의 명나라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 감히 어쩌지 못했다. 저쪽에서 제법 강하게 나온다 해도, 이쪽이 움츠려들지 않고 응수한 효과가 있었다.

한 가지 애석한 일은, 사병 혁파를 계기로 정안대군 이방원(李芳遠, 1367-1422, 태종, 재위 1400-1418) 등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도전을 죽인 것이다. 멀리 있는 강대국을 요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가까운 정적을 처치하는 데는 정도전도 실패하고 말았다.

강대국을 요리하기는커녕 휘둘리는 경우가 역사상에는 더욱 빈번했다. 19세기 말엽, 임오군란(1882년) 때도 그랬다. 개화냐 위정척사(衛正斥邪)냐를 둘러싸고 국내의 정치세력이 양분되어 있었다. 국왕 고종은 개화를 바랐고, 그래서 신식군대 별기군(別技軍)을 창설하는 등 일련의 개화정책이 추진되었다.

수적으로 본다면 당시 조선의 지도층 가운데는 위정척사파가 물론 많았다. 구식군대는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고, 그래서 사소한 이유를 구실 삼아 정변을 일으켰다. 이것이 임오군란인데 그로 인해 고종을 비롯한 당대의 집권층은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그들은 참으로 해괴한 해법을 내놓았다. 국내의 정적을 짓밟기 위해 저들은 중국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하였다. 1392년 조선 건국 이래로 내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의 군대를 데려온 적은 아직 없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희한한 해결책을 발동한 고종과 그 측근세력은 이후에도 외국 군대를 빌려 내부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1884년 개화파가 갑신정변(甲申政變)을 일으킨 것도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자 일본은 자국의 낭인(浪人)을 동원하여 경복궁을 침략해 명성황후(明成皇后, 1851-1895)를 시해하는 참극을 저지르게 되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국왕은 외세를 빌려 명맥을 보존하려고 이른바 아관파천(俄館播遷)을 단행하였다(1896년). 근 1년 동안이나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을 무대로 내정을 지휘하였다. 나라꼴이 어떠했을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외국 군대에 정권의 운명을 맡긴 셈이라, 저들은 반대급부를 요구하며 많은 이권을 빼앗아갔다. 중국과 일본은 조선에서 좀 더 상권(商權)을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1894년 청일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서울에 진주한 청나라의 위안스카이(袁世凱, 1859-1916)는 사실상의 조선총독처럼 굴며 십년 넘게 우리나라의 국정을 주물렀다.

서양 중세의 부자 나라 베네치아도 결국 외세의 간섭으로 망했다. 조선도 이러한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한반도에서 저마다 이권을 차지하려 혈안이 되었다. 그것이 결국에는 조선의 망국으로까지 이어졌다(1910년).

외세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노릇인지를 모를 사람은 없다. 2010년에 작가 김상수는 풍자극 <화사첩>에서 현대 한국의 대미의존관계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극중의 왕은 포클레인으로 땅 파는 장난으로 밤을 낮 삼는다. 대신들도 제 할일을 팽개치고 궁중암투에만 몰두한다. 그들은 동맹국 ‘잉글랜드’의 위세만 믿고 지낸 관계로 제 나라의 말과 역사도 내팽개쳤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랑캐가 이 나라를 침입한다. 고관대작들은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전시작전권을 동맹국 ‘잉글랜드’에 맡기고, 통상협상도 바로 그 위대한 동맹국의 이익을 위해 서둘러 마무리한다.

지난 70여년 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에만 목을 매다시피 할 때가 많았다. 그 바람에 남북관계도 경색일변도였고, 심지어는 우리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우호와 친선도 삐걱대기 일쑤이다. 뜻있는 시민들은 정부의 외교관행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어느 정치가가 말했듯, 한반도는 4강으로 둘러싸인 세계 유일의 나라다. 우리에게 중국과 일본은 문화를 공유하는 운명적 동반자다. 따라서 현대 한국이 나아길 길은 자주와 평화의 토대 위에 전개될 균형 잡힌 외교뿐이라는 것인데,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이 나라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어느 강대국에 기대어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다양한 전략과 협상을 통해 그들을 솜씨 있게 다루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이제 더 이상 겁먹고 움추려들지 말고 담대하고 지혜롭기를 바란다.

오늘은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이 되는 날이다.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를 향해 진취적으로 큰 걸음을 뗄 때가 아닌가 싶어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