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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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삼
6시간  ·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면이 많으면서도 다르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문법과 구문 구조는 같은데 고유 단어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아일랜드에서 인도까지 걸쳐있는 인도유럽어는 기본 단어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대조가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보고 매우 특별하게 느낀 점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족이 다 깨져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형제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흩어지는 과정도 차갑고 헤어져있으면서도 결합의 열망도 없다. 구원받을 길 없는 자들이 빠져드는 것이 유사가족적인 종교집단이다. 하루키가 이 소설을 옴진리교 사건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일본 가정의 문제는 냉정함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사랑으로써만 구원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간사이 대지진 때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누구도 우리처럼 목놓아 울고 실신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슬프지 않아서 울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가정 밖에 있는 거대조직이 가족에게 냉정함을 요구하는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가족의 문제는 어디에서 올까? 다정함을 요구하는 가족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고통일 것이다. 그 다정함은 정신적인 것만 아니라 물질적이기도 하다. 폭력적인 아버지가 자녀가 성장한 후에도 부양과 존경을 요구한다든가, 결혼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던 시부모가 매주 방문을 요구하고 친하게 지낼 것을 강요한다든가, 양육과 교육을 끝냈는데도 부모의 노후비용을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사업비용으로 내놓기를 요구하는 자식, 형제자매의 빚보증을 서서 같이 나락에 떨어진다 할지... 외국으로 이민가면 제사지내지 않아도 되고 시부모 만나지 않아서 가장 좋다는 사람이 생긴다.

일본과 한국 모두 이민족과의 전쟁이 심한 나라가 아니었다. 특히 수천년간 전쟁으로 지샌 유럽과 중국에 비하면 평화로운 나라였다. 한국은 근대화 이전 큰 전쟁은 임진왜란 하나 정도였다. 몽골이 여섯 차례 침략했다고 하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고작 수백에서 수천명으로 침공했고 영토를 점령하려는 전쟁이 아니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은 내란의 정도이다. 일본은 천황이나 천황가의 권력이 약해지고 무사계급에 권력이 넘어간 후 에도막부가 열릴 때까지 수백년 간 내전 상태였다. 언제든지 농민의 가정을 파괴하고 물리적 죽음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무라이와 다이묘가 농민의 일상과 농사 상태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일본식 봉건사회의 유산이 바로 오늘 일본의 가정이 아닐까? 더욱이 에도막부에 와서는 이 규제가 더 심해졌다. 자녀가 많아지면 굶주림이 확정되고 그러면 태어난 아이를 부모가 살해해서 식구 수를 제한했다. 가정 밖의 냉정함이 가정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내란이 없던 곳은 드물 것이다. 고려 태조가 내란 상태의 한반도를 통일한 이후 1000년 간 내란다운 내란이 없었다. 이성계는 쿠데타로 집권했다. 아마도 가장 큰 내란이 홍경래의 난이나 동학혁명 정도일 것이다. 임진왜란이 피해간 남쪽 내륙의 어느 고을은 1000년 간 사람들이 무기들고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고려가 문치제도와 중앙집권 관료제를 완성한 이후 농민은 왕이 파견한 관료의 지배를 받았다. 농민에 대한 수탈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수령이나 왕에 좌우되어 예측할 수 없었다. 수령은 잘해야 3년 정도 통치하고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문치 제도에 따라 자의적이고 사적인 처벌은 불가능했고 어디까지나 공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가족 단위로 가문 단위로 수령과 왕의 처사에 대응해야 했다. 새로운 수령이 와서 수탈을 할 경우 가족이나 가문의 결집력이 약한 곳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특히 상층의 경우 어떻게든 중앙의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가문의 힘을 길러야 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가족주의의 이유가 아닐까?

일본은 무사와 상대하기 위해 가족이 서로 냉정해야 했고 한국은 수령을 상대하기 위해 가족 간에 끈끈히 뭉쳐야 했다. 무사가 어떤 농민의 아들을 재판도 없이 즉결로 참해도 그 농민은 울며불며 그 무사에게 항의할 수 없었다. 그러면 그 가족 모두가 죽어야 했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억울함을 삼켜야 했다. 우리는 아들 하나가 잡혀가면 가족 모두 동헌에 몰려가 울고불고 항의하고 송사를 했다. 그래도 안 되면 형제자매들이 모두 나서 돈을 마련해 수령에게 뇌물이라도 주어서 빼와야 했다. 그도 안 되면 왕의 행차에 꽹과리를 울리며 나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럼 소설 ‘파친코’의 문제는 무엇일까? 한국인이 일본에 건너갔을 때 냉정한 일본인 사회에서 살아남는 데에 이 가족 간의 다정함과 응집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이 한국인의 특성을 거의 신의 구원의 차원까지 끌어올린다. 여기에 미국식 기독교의 구원이 더해진다. 그 어디에도 미국식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주는 폐해와 한국식 가족주의로 심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피폐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식 가족주의와 기독교적 구원론이 일본 사회에 투영되면 일본은 악마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인간으로서 일본인이 어떤 행동을 해야 일본 사회의 소수파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지 못한다. 

 수아성
14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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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어제 오후 2:46  ·

전현직 검사들이 유익했던 수사지휘례를 집중 거론하며
검찰권 사수를 위한 방어논리를 활용하고 있는데,
벗님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해 드립니다.

검찰의 수사지휘는
그 내용이 적정하고 유익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합니다.

1. 유익한 수사지휘

경찰과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 지휘하여
타살임을 밝혀낸 적이 있습니다.
부검 결과, 변사자 목이 졸린 골절상이 확인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억울한 죽음을 내가 밝혔구나... 싶어
어찌나 보람차던지요.
검사로서 밥값을 한 것이라
유익한 수사지휘라 할 수 있습니다.

2. 무익한 수사지휘
“귀견대로 송치할 것을 지휘합니다”
“귀견대로 종결할 것을 지휘합니다”
검사과 경찰 간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서의 지휘문구인데요.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오기 전,
또는 타살 혐의점이 없음을 이유로 변사 사건 종결할 때
점검한다는 점에서 유익하고 마땅한 수사지휘로 분류하는 검사들이 있을 수 있지만,
경찰은 유익으로 분류하지 않을 테고,
지휘 내용이 사실상 없으니 무익하다 해도 할 말이 없지요.

3. 유해한 수사지휘
검찰 내부망에 이미 고백하였고,
제 담벼락에서도 언급하였던 사건.
오래전, 유력가 자제의 음주무면허운전 사건을 지휘하며
‘주차할 곳을 찾아 도로를 운전한 사람에게
주차할 의사가 있을 뿐, 운전의 고의는 없으므로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지휘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받고
그 상사가 떠날 때까지 사건을 송치받지 않으려고
확인할 필요 없는 사소하고 지엽적인 것들까지 다 확인하라고
수사지휘로 경찰을 몇 달간 괴롭힌 적이 있습니다.

상사가 떠나는 날.
전출식 행사를 마친 후 검사실로 돌아와
“귀견대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합니다”라고 지휘문구를 작성하며
잘 버텼다고 뿌듯해했었지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저는 비겁했고 치졸했습니다.

저는 수사지휘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건 수사에 투입되었어야 할
귀한 경찰인력을 낭비시켰습니다.

검찰은 검찰개혁 논의 때마다 늘 해오던 대로
유익했던 사례를 내세워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유익한 수사지휘라 해도
현행 법령과 제도가
검사들에게 요구하는 마땅한 역할을 한 것일 뿐이지요.

유해한 수사지휘 사례를 애써 무시하고,
국가기관인 경찰을 폄훼하는
반성 없고 오만한 검찰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린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동료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저에게 의견을 묻고 있는데,
저는 수사지휘권을 남용한 원죄가 있어 말할 자격이 없기도 하고,
검찰권 오남용에 순응하거나 침묵한 검찰 구성원으로서,
검찰을 해체하겠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라 생각하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세로
지난주 전직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검사를 상대로 한 재정신청을 한데,
이어 법원에 제출할 법리검토 의견서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검찰 구성원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금번 국회에서 지혜롭고 담대하게
검찰개혁 법안을 논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