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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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어제 오후 1:03  ·

너무나도 중요한 발언을 ‘선제타격 비난 발언 기사’로 뭉개면 안 된다.

-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을 주목한다.

1.“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을 것이다.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말이다. 명백한 반전론(反戰論)이다.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더군다나 남쪽에는 총포탄 한발도 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오래 전 “불바다” 발언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2. 이어진 발언은 다음과 같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은 없다는 것이다.  

“쌍방의 군대가 서로 싸우면 전쟁이나 전투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우리 민족 전체가 반세기 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우리는 그러한 전쟁을 반대한다.”

3. 논리는 이렇다.

“이것은 순수 핵보유국과의 군사력 대비로 보는 견해가 아니라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

종전(終戰)과 평화 선언이다. 이는 전폭적으로 환영하고 적극 논평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바다.

4. 이와 함께 선제타격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남조선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우리 군대의 대남 타격 가능 수단들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저들 군대가 그만큼 잘 준비돼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었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 그렇다고 군을 대표한다는 자가 우리를 향해 적으로 칭하며 ‘선제타격’을 운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단히 큰 실수다.”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것에는 따로 무슨 중대한 적대의지가 있다기보다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하고 이해의 태도를 보이는 한편, 그러나 북을 향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실수”라고 짚었다. 남쪽의 의도 가능성은 배제한 정제된 논평이었다.

이는 비난이나 규탄이라기보다는 대응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북의 입장에서 볼 때 선제타격론으로 먼저 도발한 것은 남쪽이기 때문이다.

5. 그런데 언론들은 이 보도에 ‘비난’이라는 말을 꼭 넣었다. 한겨레는 그나마 양호하지만 역시 ‘비난’이라는 단어는 빼놓지 않았다. 핵심은 ‘종전의지의 표명과 선제타격론에 대한 대응’인데 언론들은 논의의 핵심을 철저하게 왜곡하고 있다.

특히 경향의 경우에는 기사 첫 머리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5일 다시 남조선을 향한 비난 담화를 쏟아냈다.”라고 시작하고 마무리를 “일각에선 북한이 대형 도발을 앞두고 남측에 책임을 돌리려는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로 맺었다. 엉터리 분석을 결론으로 삼은 최악의 기사에 속한다.

6. 북의 논평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부담스럽고 혹여 논란이 일게 될까 싶어 지레 자기 방어용으로 그러는 것일 수도 있을 거라 짐작해본다. 그러나 민족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이렇게 보도하고 접근하는 것은 적대적 대결주의를 조장하는 것에 다름없다.

민족의 생명을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상대는 동족과의 전쟁은 적극 피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마당에 이게 무슨 태도인가? 물론 그 말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남는다. 그래서 더욱 서로 조심하고 세심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7. 가정해보자. 만약 북이 우리를 향해 선제타격론을 공개적으로 내세웠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그야말로 준전시(準戰時) 상태에 기인한 비상조처에 즉각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제타격은 언제든 돌발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명백해지지 않는가? 종전선언은 속히 이뤄져야 하고 평화협정체제로의 이행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우리 자신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바이다. 차기 정권이 대북 적대정책을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훈련까지 수용하겠다고 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말아여 한다.

주한미군이 여전히 중요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존의 군사기지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차기정권의 대북 정책을 우리가 면밀하게 주시하고 만일의 사태를 선제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김여정은 우리로 치면 2030 청년 지도자다. 그가 우리의 2030과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들 한반도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한반도 분단과 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보다 성숙한 관점과 태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