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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프레젠테이션 문화]

홍익희

11월 19일 오전 9:07  ·

실리콘밸리의 프레젠테이션 문화

실리콘밸리의 프레젠테이션 문화가 바뀌고 있다. PPT 자료를 지양하고 간단한 글쓰기로 대체하고 있다. 글도 최대 한 장을 넘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보통 A4지 1/3장 분량이 바람직하다. 그만큼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큰 프로젝트라도 최대 6장을 넘겨서는 안되는 게 일종의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옛날 같으면 책 한 권이었을 자료집이 6장으로 압축된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제로 PPT’를 시행하고 있다. ‘제로 PPT’는 핵심 위주로 간략하게 만들어야 할 보고서가 PPT에 담기면 쓸데없이 길어지며 만드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내용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PPT 대신 ‘6쪽짜리 서술형 줄글’을 회의 시간에 갖고 오도록 지시했다. 요약식으로 만들어진 PPT보다 줄글의 내용이 더 풍부하고 이해도 잘 된다는 게 이유였다. 제프 베조스는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는 서술형 글이 좋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아마존의 별명은 ‘글쓰기 학교’다.

이 ‘6쪽 보고서’는 아마존의 실용문화를 상징한다. 전직 아마존 개발자가 공개한 6쪽 보고서를 통해, 그 구성방법과 특징을 살펴보자.

1. 서문에서는 이전사업 대비 차별점과 장점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밝힌다.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부분을 명시하는 게 포인트다.

2. 목표는 최소 3개로 정리해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을 완전히 꿰고 있어야 가능하다.

3. 베조스가 강조하는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14개’를 해당사업에 적용한다.

4. 해당사업 프로젝트를 낱낱이 분석해서 추상적 단어가 아닌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해야 한다.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지, 어떤 리스크가 있고 대비책은 무엇인지 등이 담긴다. 수치로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그 맥락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5. 과거를 회고해 배운 점을 돌아본다. 아마존은 ‘실패가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 섹션의 목적은 실패의 원인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6.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설정해 할 일을 적는다. ‘예측’과 ‘실행계획’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작성자의 ‘생각’이 포함되기 때문에, 회의에서 질문과 피드백이 쏟아진다.

7. 마무리는 한 단락, 5문장 내로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쓴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출처: 최용식 아웃스탠딩 대표 페이스북)

이는 글쓰기뿐 아니라 스피치도 마찬가지이다. 간결하고 전달력 있는 말하기 연습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연습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다. 엘리베이터 피치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기업과 그 가치에 대한 빠르고 간단한 요약 설명이다. ‘로켓 피치’라고도 한다. 곧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불시에 고객이나 상사와 만났을 때 30초 내지 3분 안에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정확하면서도 임팩트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해졌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빠른 시간 내에 자기의 생각을 급하게 전달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간략한 ‘기획’ 스피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상황과 예상 질문들을 대비해 여러 종류의 간략한 엘리베이터 피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글쓰기나 말하기는 작가나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들과 프리랜서에게도 자기 표현이나 의사 전달을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평소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부 써놓고 이를 반으로 줄여나가는 훈련을 부단히 해야 한다. 한 장을 써놓고 반으로 줄이다보면 미처 못 썼던 것들이 떠올라 오히려 분량이 늘어나는 게 다반사이다. 그렇더라도 이를 다시 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군더더기들이 삭제되면서 글에 힘이 붙는다.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요점 정리가 된다. 스스로의 사고도 논리적이 된다. 간결하고 명료한 글이 좋은 글이다. 거기에 재미까지 곁들인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글을 줄이고 다듬을 때는 배상복 기자의 ‘문장의 십계명’에 유의하여 손을 보아야 한다.

1. 간단명료하게 작성하라.

2. 중복을 피하라.

3. 호응이 중요하다.

4. 피동형으로 만들지 말라.

5. 단어의 위치에 신경써라.

6. 적확한 단어를 선택하라.

7. 단어와 구절을 대등하게 나열하라.

8. 띄어쓰기를 철저히 하라.

9.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10. 외래어 표기의 일반원칙을 지켜라.(출처: <배상복의 문장기술>에서 발췌)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바, 추구하는 바를 잘 전달할 때 상대에게서 임팩트 있는 의견을 뽑아낼 수 있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더욱 발전된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고, 새로운 개념이나 서비스, 제품을 창조해낼 수 있다. 이렇게 보고서 작성과 스피치 요령에 대한 학습을 완성할 수 있다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학습을 장려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