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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지향적 생산과 ‘이윤’ 지향적 생산>
이윤 중심의 생산과 목적 중심의 생산이 지속되면 이윤 중심은 결국 자멸할 수 없지 않을까?
지금 미국과 집단서방은 그런 길로 가고 있다고 여겨진다. 

강내희
2일  ·

<‘목적’ 지향적 생산과 ‘이윤’ 지향적 생산>

재작년 2월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진 뒤로 온갖 거짓 정보가 난무하고, 사태가 도대체 어떻게 전개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소식통을 찾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방 매체, 국내의 유명짜한 매체가 예외 없이 나서서 거짓 전황을 전해 최근까지도 우크 군대가 무능하고 타락한 러샤 군을 박살 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숱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 국력과 전력에서 앞선 러샤가 처음부터 우크 군을 계속 압도해 왔다는 점이 변하지는 않는다. 22년 가을에 나토의 지원을 받은 우크 군이 러샤 군이 점령한 하르코프와 헤르손 지역을 탈환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러샤 군이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작전상 후퇴를 선택해서 가능했던 전과였다. 우크 군이 성취한 것은 ‘피루스의 승리’였을 뿐이다. 당시 엄청난 병력 손실을 당한 뒤 우크 군은 22년 겨울에 시작된 러 군의 공세로 군사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빼앗기고, 23년 6월 초에는 소문 무성한 대반격을 진행했으나 처참하게 패퇴했다.

이번 전쟁은 러샤와 우크 사이에 벌어지고 있지마는 사실은 러샤가 미국 주도의 나토, 나아가 집단서방과 대결하는 전쟁이다. 이제 전쟁은 러샤의 승리로 결정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국은 국방 비용을 가장 많이 쓰는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나토 군 역시 막강하다고 운위되지 않았던가. 그들은 2014년 마이단 쿠데타 이후 8년 동안이나 우크 군의 육성을 지원했고, 전쟁이 발발한 뒤에는 전력을 다해 우크 군에 군사 지원을 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 미국과 서방의 부국들이 포함된 EU, 그리고 그들 나라를 포괄한 군사 동맹 나토 전체가 온갖 수단으로 지원했는데 우크는 왜 처절한 패배를 겪는지 이상하기 이를 데 없다.

이유나 원인은 많을 것이나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이 우크를 지원하는 미국과 EU, 집단서방과 러시아의 생산방식 차이다. 집단서방은 개별 국가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신자유주의를 그들의 자본축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무엇보다 자본의 권력을 강화하는 축적의 방식이다. 신자유주의 이전에 자본주의 국가들은 케인스주의나 사민주의, 복지국가주의 등 수정자유주의, 즉 19세기 말 이후 자본주의가 추종하던 자유방임주의로 인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을 염두에 두고 노동에 일정한 양보를 해주는 자본주의의 순화된 형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서방의 자본은 대략 1970년대 이후 자본축적의 위기를 맞음에 따라 노동에 대한 양보를 거두고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자기 몫을 최대한 취하는 길을 택한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기 시작하며 일어난 것이 성숙한 자본주의 국가들, 즉 19세기 이래 자본주의적 발전을 먼저 하여 제국주의로 성장했던 국가들이 자국의 생산시설을 제삼세계로 이전하고 자국의 노동자계급의 몫을 최소화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2020년대 초까지 실질임금이 전혀 오르지 않은 믿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의 실질임금도 IMF 위기로 사회의 전면적 신자유주의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는 중이다.

서방의 경우 자본은 이제 돈 버는 방식을 산업자본을 가동해서 하기보다는 금융자본을 가동해서 ‘자산의 증식’을 꾀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향이 커졌다. 다시 말해 공장 돌리고 노동자 고용해서 ‘이윤’을 내는 것이 아니라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암호화폐,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미국 등 집단서방의 주요 국가들은 산업적 생산능력의 엄청난 퇴화를 겪는다. 미국은 이미 2004년에 글로벌 산업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에 뒤지기 시작했고, 중국의 산업부문 GDP는 이제 미국의 3배를 넘어섰다.

이것을 보여주는 두드러진 예가 우크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무기 생산력에서 러시아가 미국을 훨씬 능가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러시아보다 국방 예산을 10배가량 많이 쓰며, 2023년 명목 GDP의 경우 27.34조 달러로 러시아의 4.08조 달러의 7배에 근접한다. 국부나 군사비의 측면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무기 생산능력을 놓고 보면 미국은 러시아의 경쟁 대상이 되지 못한다.

최근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포탄 생산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1. 우크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부터 2023년 12월 사이 미국은 우크에 155밀리 포탄 200만 발을 제공

2. 전쟁 초기 포탄 1개 가격은 1,200달러였으나, 지금은 8,400달러.

3. 23년 10월에서 12월 사이 미국은 이스랄에 155밀리 포탄 5만7천 발을 제공(생각보다는 적은 듯)

4. 우크 전쟁 초기 미국의 월 포탄 생산량은 1만4천 발. 지금은 그 두 배인 2만8천 발. 25년까지 생산량을 월 8만 발로 늘릴 예정.

5. 문제: 미국의 포탄이 필요한 곳이 급증하고 있음. 미국 자체도 포탄이 필요하겠지마는 우크, 이스랄, 타이완도 포탄 지원을 원함. (지금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서아시아에서 지역전쟁이 발생할 공산이 크고 포탄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듯)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런 기사 내용을 접하고, 왜 우크 군이 러샤 군을 당해낼 수 없는지 이유를 바로 알 것 같았다. 지금 러시아는 미국이 한 달에 생산하는 포탄을 단 하루에 생산해낸다. 게다가 러샤에서 생산하는 포탄은 미제와 성능이 비슷한데도 값은 아주 싸다. 오래전에 접해 가물가물하긴 한데 러샤의 포탄 한 발 제작비는 5?6백 달러인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에서는 같은 성능의 포탄 제작비가 8천4백 달러란다!

러시아, 나아가서 중국이나 이란 등 비서방 국가들의 생산방식과 미국 등 집단서방의 생산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무기 생산에서도 마찬가지다. 러 등의 무기 생산, 나아가서 다른 부문의 생산은 ‘목적 지향적’이라 규정될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게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왜 없을까마는 전반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것이겠다. 반면에 미국 등 집단서방에서는 생산이 사회적 목적에 따르기보다는 매우 이윤 지향적이다. 이윤이 나면 만들고 또 이윤이 최대로 많이 나는 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포탄 한 발 생산에 5?6백 달러를 쓰고, 다른 한쪽은 8천4백 달러를 쓰면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뻔하다. 포탄은 한 예일 뿐이다. 미국의 첨단 무기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런데 지금 우크에서, 서아시아에서 그렇게 비싼 무기들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무기 생산이 이윤의 최대화라는 목적에 복무해 생긴 결과이기도 하다. 심하게 말해 비싼 것이 장땡이지 성능은 부차적일 수 있다. 게다가 미국과 EU의 자본은 비싸게 팔 수 있는 무기도 이윤을 내지 않으면 생산을 외면하는 모양이다. 155밀리 포탄 생산에는 숙련공이 필요한데 미국은 오래전에 포탄 생산라인을 최소화해서 돈을 아무리 많이 들여도 생산을 증대시킬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일이 무기 생산에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코로나 사태가 났을 때 미국에는 마스크를 대량 생산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명된 바 있다. 산업적 생산이 사회의 공적 목적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을 위해 이루어지는 한 그런 일은 필연적이다.

이윤 중심의 생산과 목적 중심의 생산이 지속되면 이윤 중심은 결국 자멸할 수 없지 않을까? 지금 미국과 집단서방은 그런 길로 가고 있다고 여겨진다.